
지속된 물가 폭등 속에서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2020년 대비 2025년 고작 2.24% 증가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식생활 물가의 비중을 낮게 잡고, 주거비를 반영하지 않는 것까지 고려하면 실질임금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같은 기간 정부가 노동자의 주머니에서 빼간 근로소득세는 67.2%(28조 5천억 원)나 증가했다. 제국주의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유류비 등으로 대가를 치르는 반면, 대자본가들은 전쟁을 틈타 담합과 주가지수 상승 등으로 연일 돈 잔치를 벌인다.
고물가는 바로 자본가들이 생산을 조절하고 가격을 책정할 권한을 독점하고 있기에 발생한다. 그런데 자본가들의 이 권한에 도전해 생산을 멈출 힘은 전 민중 가운데 오직 노동자들에게 있다. 이 힘을 만들기 위해 물가 인상에 맞선 국내외 노동자들의 투쟁 역사로부터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화물판 최저임금인 안전운임제는 2020년 1월부터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 한해 3년 일몰제로 시행됐다. 비록 두 품목에만 적용됐고, 운임 결정 위원회에 화주와 운수자본가 대표가 다수인 문제가 있었지만, 제도 시행으로 수출입 컨테이너 운송 노동자들의 운임이 평균 12.5% 오르는 등 효과가 있었다.
물가와 연동해 임금을 올리자는 요구는 세계적으로도 확산 중이다. 2020년대 초 미국과 캐나다, 유럽의 여러 직종 노동자들은 COLA(물가를 반영한 생활비 조정)라고 불리는 제한적인 제도를 임금에도 적용하기 위해 파업 투쟁을 벌였고 일부는 승리했다.
투쟁은 한 공장·직장에서 발생하지만, 노동자들은 투쟁 과정에서 직종과 부문을 초월해 전체 노동자 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구호를 발전시킨다. 그것이 어떤 구호일지는 미리 단언할 수 없지만, ‘물가-임금 연동제’를 내걸고 싸워왔던 전 세계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물가-임금 연동제는 자본가들의 통계적 눈속임이 난무하는 협상 테이블의 온건한 관료적 요구에 그쳐선 안 된다. 자본가들의 권력에 도전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 없이 물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1938년, 혁명가 트로츠키는 고물가가 “자본주의의 격화되는 모순이 집약적으로 표현되는 경제적 질병”이자 “자본가들의 엄청난 폭리”를 위한 수단임을 폭로했다. 고물가에 맞선 노동자 계급의 투쟁은 사회 운영 능력을 상실한 자본가 계급의 지배에 맞선 대반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생산과 분배 전반에 대한 노동자 통제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 서울 77호, 2026년 4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