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색내기용 철도 자회사 통폐합은 외주화의 연장일 뿐
하나였던 철도는 1997년 IMF 위기 이후 공공부문 효율화와 민영화 정책 속에서 본격적으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2004년 한국철도공사 출범 후 시설과 운영이 분리됐고, 우여곡절을 거쳐 코레일네트웍스·코레일관광개발·코레일테크·코레일로지스·코레일유통 등의 자회사로 업무는 분절되고, 원청과 자회사 소속으로 갈라졌다. 2016년엔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명분 아래 SR까지 분리됐다. 이런 과정에서 만들어진 자회사는 형식상 별도 회사일 뿐, 실제로는 원청이 지휘하면서도 책임은 줄이고 비용을 통제하는 간접고용 구조였다.
그 결과 안전과 노동 조건 문제가 동시에 발생했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철로 인근 작업 중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자는 코레일 직원이 총 13명, 도급업체 직원이 총 22명이었다. 자회사 노동자들이 저임금, 인력 부족, 장시간 노동에 내몰려도 하청은 “권한 없다”, 원청은 “자회사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해 왔다.
그런데 정부는 또다시 근본적인 외주화 구조는 유지한 채 보여주기식 철도 자회사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외주화 구조를 유지한 채 자회사 숫자만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 직접고용을 배제한 채 자회사끼리 통합하고 원청과는 계속 분리하는 것을 노동자에게 의미 있는 통합이라 볼 수 없다. 실제 책임을 지는 원청이 직고용하지 않고 자회사끼리만 통합하면, 불필요한 비용이 계속 들고 책임을 떠넘기는 문제도 반복된다.
더구나 코레일-SR 통합이 노동 조건과 단체협약을 포함한 구체적 논의를 병행하며 추진되는 것과 달리, 자회사 통합은 이런 핵심 쟁점이 배제된 채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통합의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코레일-SR 통합은 노동자들이 장기간 투쟁해서 쟁취했지만, 현재의 자회사 통합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외주화 구조를 그대로 둔 자회사 통합은 차별과 불평등을 고착화할 뿐이다. 자회사 체제가 외주화‧민영화의 초석이었다면, 이를 바로잡는 통합은 과거 외주화‧민영화에 책임을 묻고, 직접고용을 통해 철도쪼개기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전환할 수 있는 힘은 정부의 정책이 아닌 노동자의 조직된 힘에서 나온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 서울 77호, 2026년 4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