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설명: 3월 8일(구력 2월 23일) 국제여성의날 시위에 참가한 러시아 여성들. 시위자들은 “아이에게 먹을 것을”, ”가족들에게 병사를”, “수호자들에게 자유와 평화를”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State Museum of Political History of Russia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고, 백여 년 전 여성노동자들이 앞장선 혁명의 시작일이기도 하다. 1917년 3월 8일 러시아의 수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여러 공장노동자가 식료품 가게에 식량이 부족하다고 항의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공장별로 집회를 마친 여성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빵을 요구하며 시위했다. 다른 노동자들에겐 작업 중단과 시위 참가를 호소했고, 전철 운행도 중단시켰다. 여기저기서 붉은 깃발이 나부끼고 “독재 정권 타도하자”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50개 공장에서 작업이 중단되고, 8만 7,534명이 파업했다.
군인들이 칼을 꽂은 소총을 들고, 시위대를 진압하러 나타나기도 했다. 대중은 군인들 가까이 접근해 이들의 눈을 똑바로 보고 자신의 뜨거운 입김으로 이들을 감쌌다. 이때도 여성노동자들은 병사 대열에 남자보다 더 대담하게 접근했다. 그리고 병사들의 소총을 잡고 호소하고 거의 명령했다. “총검을 내려놓고 우리와 합류하세요.” 흥분했던 군인들은 자기 행동을 부끄러워하며 서로 근심 어린 눈길을 주고받고, 동요했다. 어느 병사가 먼저 결심하고 하늘 위로 총검을 들어올렸다. 시위의 장애물이 걷혔다. 기쁨에 넘치는 “만세” 소리가 하늘을 뒤흔들고 병사들은 군중에게 둘러쌓였다. 여기저기서 자기 주장을 펴는 소리, 그동안의 잘못을 꾸짖는 소리, 함께 행동하자고 호소하는 소리들이 들렸다. 차르 정권을 끝낸 위대한 2월 혁명의 시작이었다.
오늘날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의 절반가량은 여성이지만 고용 형태, 임금 수준에서 여전히 남성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 노동자를 남녀로 갈라치고 차별하는 것은 평범한 남성노동자에게 여성은 능력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부추기거나, '내 상황이 저들보단 나은데 더 많은 걸 요구하면 안 되지 않을까?'라며 위축되게 만든다. 결국 모든 노동자가 제대로 싸우지 못하게 통제하는 무기가 된다.
그러나 한국 여성노동자들도 산업화 이래 언제나 투쟁하는 노동자의 대열에 앞장섰다. 1946년 미군정을 긴장시킨 동양방직, 유신독재의 종말을 예고한 YH무역, 87년 투쟁의 마중물이 된 구로동맹파업, IMF 이후 만연한 비정규직 고용이란 족쇄를 끊으려 당당하게 일어선 수많은 사업장... 백 년 전에도, 지금의 21세기에도 노동자가 성별과 국경을 넘어 함께 싸울 때만 새로운 사회의 전망이 열릴 것이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 75호, 2026년 2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