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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노동자의 투쟁으로 원청을 교섭장으로 끌어내야


  • 2026-01-31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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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자는 취지의 법이다. 이 법의 핵심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사실상 지배·결정하면서도 법망 뒤에 숨어온 진짜 사장, 즉 원청에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묻는 것(2조), 파업 노동자에게 가해져 온 가혹한 손배·가압류를 제한해 노동자 생존권을 파괴하는 관행을 근절하는 것(3조)에 있다.


이 법의 이름은 2013년 11월, 법원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이라는 가혹한 손배 판결을 내린 것에서 시작됐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어느 시민은 과거 월급봉투가 노란색이었다는 점에 착안해, 47억 원의 '47'을 상징하는 4만 7천 원을 노란 봉투에 담아 전달했다. 이 작은 몸짓은 90일 만에 4만 7천 명의 노동자와 시민이 참여해 14억 7천만 원을 모으는 기적으로 이어졌다. 이는 단순히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넘어, 노동자의 투쟁이 자본의 손해배상 청구권 때문에 짓밟히는 현실을 거부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법안이 상정되는 과정은 험난했다. 2023년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법안은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정권 교체 이후 마침내 2025년 9월 9일 법안이 공포됐고, 올해 3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법 통과 이후 정부는 시행령과 행정 해석을 통해 법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앞세워 하청노조가 원청과 직접 마주 앉는 것을 차단하고, 복잡한 행정 절차를 덧씌워 원청이 책임을 회피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시행령은 기업 단위에 적용하고 있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기업을 넘어 비정규직노조와 원청의 단체교섭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노조가 정규직노조보다 조합원이 더 많아야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원청이 다수 노조를 장악하거나 어용노조를 활용해 소수 하청노조를 고립시킬 수 있도록, 자본가에게 무기를 주는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현장의 혼란 방지”는 결국 자본가의 편에 서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잠재우겠다는 변명일 뿐이다.


자본의 지배를 현실에서 끊어내는 힘은 오직 노동자의 집단적 투쟁에 있다. 원청을 교섭장으로 끌어내고 손배·가압류를 무력화하는 것은 정부의 선의가 아니라, 현장을 멈추고 자본의 법질서를 흔드는 노동자들의 단결이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74호, 2026년 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