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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대형 산불과 자본주의


  • 2025-06-26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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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마치 기름탱크가 불타는 듯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소나무림이기 때문이다.(출처_오마이뉴스)

 

3월 말 남부지방을 휩쓴 대형 산불로 31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만 명이 대피해야 했다. 21세기 들어 산불이 전보다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산불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총체적이다. 이는 우선 폭염, 폭우 등과 마찬가지로 기후위기 시대의 산물이다. 비 없이 덥고 건조한 날씨가 길어지면서 나무들이 유달리 건조해졌다. 해수면 온도 상승이 바람의 흐름을 교란시켜 급작스런 강풍을 만들었다.


다음으로 이윤 중심의 산림정책이 있다. 소나무(침엽수)는 기름 성분인 송진을 품고 있어 산불이 나면 불쏘시개나 화약 역할을 한다. 소나무는 활엽수에 비해 불이 붙기 쉽고, 산불 확산 속도가 3~20배 빠르며, 더 높은 열을 방출한다. 그래서 소나무 숲은 ‘불 폭탄’으로도 불린다. 그런데 그동안 산림청은 활엽수를 줄이고 소나무를 늘리는 방식으로 ‘숲 가꾸기 정책’을 계속 펼쳐 왔다. 왜? 소나무 숲에서 송이버섯을 키워 이윤을 많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도 소나무가 산불에 취약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윤을 위해 위험엔 눈을 감았다.


산불 진압 장비와 전문인력도 턱없이 부족했다. 산불은 대형 헬기를 이용해 초기 진압하는 것이 중요한데, 8톤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산림청 대형 헬기는 7대뿐이었고 그중 2대는 고장 때문에 이번에 쓸 수 없었다. 2년 전에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산불이 나자 산림청은 대형 헬기를 24대 이상 확충하고, 전문 진화 인력도 2027년까지 2,500명으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중형 헬기 2대만 늘어났고, 진화 인력도 500여 명에 머물러 있었다. 정부는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최신 군사무기들을 구매하고 자본가‧부자들에게 수십 조 감세 혜택을 줬지만, 산불 예방과 진화엔 소극적이었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른 걸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윤극대화를 위해 대자본은 온실가스를 계속 내뿜고, 정부는 기업만 비호하면서 노동자 민중의 안전은 외면한다. 이번 대형 산불은 이런 자본주의를 하루빨리 철폐해야 한다는 점을 ‘불을 보듯’ 훤히 밝혀줬다. 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산불이 난 지역의 주민들은 정부가 지원하기 전에도 자발적으로 이웃을 구하려고 노력했다. 사고 난 차에서 부상자를 구출하고, 농업용 살수기로 마을에 물을 뿌리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이웃들을 피난시키고, 뛰기 힘든 노인들을 등에 업고 가기도 했다. 재난이 닥칠 때 평범한 노동자 민중이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은 이들에게 있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5호, 2025년 4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