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플레이션은 점심(lunch)과 가격 급등(inflation)을 결합한 신조어다. 점심 한 끼에 만 원 넘는 메뉴가 많아져 직장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외식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9.0% 치솟아 1992년 7월(9.0%) 이후 첫 9%대를 기록하며 3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점심 먹는 것조차 부담스럽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무지출 챌린지(지출 0원에 도전)나 짠테크(짜다+재테크)가 유행하고 있다. 미리 준비한 냉동 볶음밥과 반찬 등으로 손수 도시락을 만들어 오거나, 외식 대신 구내식당만 이용하거나, 아예 편의점 음식으로 간단히 때우는 식이다. 냉파족, 탕파족(냉장고, 탕비실 파먹기 하는 사람) 같은 말도 나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 플렉스(부나 귀중품 등을 과시하는 행위)나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가 유행했다는데, 전 세계적인 물가폭등에 소비패턴 자체가 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소비패턴이 유행하는 것은 집단적 해결책은 잘 보이지 않아, 사람들이 각자 알아서 해결책을 찾도록 내몰리기 때문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면 혼자서라도 괜찮게 살 수 있을까 싶었지만 냉혹한 이 자본가 세상은 개별 노동자들을 더욱 짓누르고 있다. 이제 먹는 것도 포기해야 할까? 포기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가깝게는 화물연대 파업 등 국내 노동자들의 투쟁이, 멀리선 물가폭등에 맞선 영국 노동자들의 파업 물결이 길을 보여 줬다. 노동자들의 단결투쟁에 답이 있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35호, 2022년 10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