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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이주‘노동자’


  • 2025-02-27
  • 248 회

3월 4일 경기도의 돼지농장에서 10년간 일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노동자의 생활 공간은 축사 안에 있었다. 성인 2명이 눕기도 힘든 좁은 방은 얇은 시멘트 벽으로 돼지우리와 겨우 구분됐다. 그마저도 허술한 벽 틈으로 돼지 분뇨가 흘러들었고, 비닐로 덮인 돼지 사체들에서 풍기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여기서 노동자가 죽었는데 농장주가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인근 야산에 유기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는 2023년 1월 기준 215만 명이나 된다.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한국사회는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 조선소다. 대형 조선업체의 협력사들이 몰려 있는 전남 대불산단의 경우 인력의 70%가 이주노동자일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조선소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여름엔 너무 덥고, 겨울엔 너무 추우며, 떨어져 죽고 깔려 죽을 위험이 수두룩한 곳에서 이를 악물고 야근에 주말근무까지 해서 월 300시간 넘게 일해도 월급을 270만 원밖에 안 주고, 불만을 제기하면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협박한다. 그래서 지난해 울산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30여 명이 한꺼번에 사업장을 탈출하는 등 집단 탈출이 잇따르고 있다.


농장이든 조선소든 자본가는 이주노동자를 값싼 돈벌이 도구로 여길 뿐이다. 그리고 정부는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자본가들에게 현대판 노예를 원활히 공급하려 할 뿐이다.


국적과 피부색이 달라도 노동자는 하나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한국 사회가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듯, 이주노동자와 단결하지 않으면 한국노동자 운동이 제대로 전진할 수 없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40호, 2023년 3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