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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악몽이 된 내 집 마련의 꿈


  • 2025-02-27
  • 237 회

21개 단지 아파트 건물에 철근이 빠진 게 드러났다. 이 중 한 곳의 지하주차장은 붕괴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의 땅투기 사태가 일어난 지 불과 2년 만에 또 다시 문제가 터진 것이다. 사건 초기에는 벽이나 보 대신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무량판 구조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초점이 쏠렸다. 하지만 건설 기술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LH 퇴직자가 관련된 전관업체에 특혜를 주고 이면계약서를 이용해 무자격 업체에 재하청을 맡기는 것 등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기술이 아니라 사회가 문제인 것이다.


LH는 처음 “공모 절차를 거쳐 수의계약을 맺는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규정을 어긴 사실이 공개되고, 전수조사 결과 이후에도 계속해서 전관업체와 계약을 맺었다는 비난이 일자 이미 체결된 11건의 계약도 취소했다. 

 

이번 철근 누락 사건으로 LH 임원 4명이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이들의 임기는 이미 끝났거나 임기 만료를 불과 한 달가량 앞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1년 부동산 투기 논란 때도 상임이사 4명을 교체했으나, 이 중 2명의 임기가 9일밖에 남지 않아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임원으로 고액 연봉도 받고, 퇴직 후에는 관련 업체에 전관으로 들어가서 권리는 최대로 누리고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 정부도 모든 책임을 LH에 떠넘기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공기업 LH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


이윤에 눈먼 기업들과 무책임한 공기업 임원들과 정부가 함께 만든 아수라장인 것이다.


빌라는 전세사기로, 아파트는 부실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삶에 필수적이고 가장 기본이 되는 주거 공간조차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노동자들이 바꿔야 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45호, 2023년 8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