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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우리가 응원해야 하는 팀은?


  • 2025-03-05
  • 2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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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최된 카타르 아시안 컵은 사상 최강의 멤버로 구성됐다는 기사와 함께 60년 만의 우승 도전이라는 슬로건으로 관심을 많이 끌었다. 그러나 축구는 단순히 대중의 즐거움을 위한 스포츠가 아니다.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고, 시선을 돌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다. 정부와 자본가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적극 이용해 왔다.


한국은 박정희 시절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축구를 집중 육성했다. 북한의 1966년 월드컵 8강을 보고 중앙정보부가 국가대표팀을 직접 운영했고, 박스컵 대회를 신설했다. 전두환은 쿠데타와 독재를 가리기 위해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를 출범시켰고, 국가 주도의 축구에 자본가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김대중이나 이명박 정권도 자신들의 실정을 가리는 데 월드컵을 활용했다. 이런 일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1966년 영국의 노동당 정부는 대중의 관심이 온통 자국의 월드컵 우승에 쏠리는 틈을 타 임금을 동결했다. 1976년 아르헨티나에서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 정부는 1978년에 우승으로 대중적 반감을 누그러뜨리려고 준결승전에서 페루를 매수해 결승전에 진출하고 결국 우승했다. 


이처럼 자본가 정부들은 대중이 자국 팀을 응원하는 소리에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묻어왔다. 언론들은 우리 팀이 상대 팀을 무찔러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지배자들은 축구 경기로 경쟁하면서 은연중에 상대 팀은 물론 상대 국가 자체를 경쟁상대로 여기게 만든다. 그래서 노동자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주범은 다른 나라나 다른 민족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러나 노동자가 무찌르고 싸워 이겨야 할 진짜 상대는 다른 나라나 민족이 아니라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가들이다.


전 세계 노동자는 국적을 불문하고 자본가들에게 착취당하며 고통받고 있다.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근본 처지가 같은 것이다. 이 사실을 근거로 전 세계 노동자가 연대해야 한다. 그것만이 자본가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을 잊지 말자.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51호, 2024년 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