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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촉법소년 연령 하향, 해법이 아닌 책임 전가다


  • 2026-02-07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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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9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을 언급하며 국무회의에서 논의를 이어가자고 했다. 그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촉법소년(범죄를 저지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으로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연령 하향을 공약했다. 이는 촉법소년 범죄가 늘고 수법이 흉포해졌으며 소년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오래된 주장에 기초한다. 그러나 근거는 빈약하다.


법원 통계인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 수는 연간 약 4,000명 내외로 큰 변동이 없었다. 2023년, 24년 각 7,000건대로 증가하긴 했으나, 이 짧은 증가추세를 ‘처벌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최근 소년사건에서 늘어난 건 절도‧폭력이 대부분인데, 이는 물가 급등과 생활고, 가족 해체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과 함께 봐야 한다.


촉법소년의 범죄 수법이 흉포해졌다는 주장 역시 이미 여러 전문가가 이를 뒷받침할 공식 통계 자체가 없다고 얘기해왔다. 그런데도 언론은 전체 소년 범죄에서 1%에 불과한 강력범죄를 자극적으로 부각하며, 전체적인 분석 대신 공포를 확산시켜왔다.


‘촉법소년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보호처분에는 6개월간 시설 위탁, 최대 2년 소년원 송치 등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같은 형사처벌보다 무거운 조치도 있다. 일부 촉법소년이 ‘촉법소년이라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오해하고 있다면 이는 처벌이 아니라 정확한 정보와 교육으로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소년 범죄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인 빈곤, 불평등, 소외에 있다. 통계를 보면 소년원에 있는 소년 중 절반 이상이 가정 위기나 해체를 겪었다. 절반 이상은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사회에서 소외된 소년들에게 절망과 분노가 쌓이고, 그 틈에서 범죄가 자란다.


소년 범죄를 해결하려면 처벌을 강화할 게 아니라 범죄로 내몰리는 소년들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즉, 빈곤과 불평등, 착취와 억압, 소외가 없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이 범죄의 악순환을 끊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공동체를 지키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다. 반대로 범죄를 낳는 원인을 방치한 채 처벌만 강화하는 건 해법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희생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일 뿐이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74호, 2026년 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