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과 한국 증시가 모두 급락하며 잠시 주춤했지만 여전히 노동자와 서민들 사이에서 주식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집값은 너무 비싸고, 물가도 치솟는데 월급인상은 거북이걸음이라 열심히 일만 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거대한 자금력과 고급 정보를 가진 자본가들이 좌우하는 거대한 도박판이다. 대부분의 주식 거래는 기업의 자본 조달과는 무관하므로 생산적 투자가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기에 가깝다. 부동산 투기가 이미 만들어진 부동산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시세차익을 노리고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세차익을 얻으려면 누군가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익을 얻는 대신 누군가는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 손해를 봐야 한다. 거래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타인의 주머니를 털어 이익을 얻는 셈이다.
게다가 주식 가격은 현실의 기업가치 외에도 장래의 배당률, 금리, 기업 투자와 정부 정책에 관한 여러 풍문에 따라 크게 등락한다. 따라서 주가에는 현실의 기업가치 이상의 ‘거품’이 끼기 마련이다. 이런 도박판에선 큰돈과 고급 정보를 가진 자본가들은 붕괴 전에 차익을 실현해 떼돈을 벌고, 정보와 자금이 부족한 대부분의 노동자는 때를 놓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여러 기업이 임금 인상할 돈은 없다면서도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다른 기업의 주식을 사는 데는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그런데 자본가들의 도박 자금인 이윤은 근본적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해서 얻은 것이다.
주식은 거품과 붕괴, 그리고 다시 거품이 끼는 악순환을 이어갈 것이다. 거품 붕괴로 주가가 급락할 때, 자본가 정부와 언론에선 ‘한탕주의’를 탓하며 손실에 따른 고통의 책임을 모두 개인에게 떠넘길 것이다. 자산 거품을 만들고 실질임금을 삭감해 노동자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빼앗고, 주식이라는 도박장을 운영한 자신들의 책임은 감추면서 말이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58호 2024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