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가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을 임의로 공개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들은 국가가 흉악범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며 ‘정의 구현’을 위해 나선 것처럼 행세했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동의받았다고 거짓말을 했고, 엉뚱한 사람을 가해자의 여자친구로 지목해 큰 피해를 입혔다. 반면 이 채널의 구독자는 5만 명에서 50만 명으로 늘었다. 겉으론 공익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범죄 피해를 소비한 셈이다. 이는 2020년 인터넷 홈페이지에 임의로 범죄자 신상을 공개했던 ‘디지털교도소’와 유사하다. 이때도 엉뚱하게 범죄자로 지목된 어느 대학생이 억울함을 호소하다 자살했다.
그렇다면 확실한 범죄자라면 다른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도 신상공개가 필요할까?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이 이런 주장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범죄예방 효과를 입증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신상공개는 이미 처벌받고 나온 범죄자를 사회에서 계속 배제해 또다시 범죄의 길로 빠뜨릴 수 있다. 죄 없는 범죄자 가족이 피해를 입거나 범죄의 대물림으로 이어져 새로운 범죄를 더 양산할 수도 있다. 게다가 신상공개는 범죄를 낳는 사회 구조(불평등과 빈곤, 차별 등)와 피해자 지원에는 소홀한 제도를 바꾸는 데 모아져야 할 대중의 분노를 범죄자 개인을 비난하는 데로 돌려 범죄의 근본적인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타고난 범죄자’는 없다. 범죄의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필연적인 빈곤, 불평등, 소외, 차별 등에 있다. 이런 사회적 요인에 개인의 특수한 경험들이 맞물려, 절망과 분노로 인간성이 붕괴된 범죄자가 나온다. 따라서 범죄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누구나 양질의 일자리와 교육, 문화를 누리며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투지로 전환돼야 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이런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므로 없어져야 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55호, 2024년 6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