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 2025-03-05
  • 219 회

9.jpg

 

올 초 태영건설 부도로 점화된 부동산PF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부동산PF를 통해 시행사는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 토지 매입 계약금 정도만 투자해 빚을 내 사업을 시작하고, 성공하면 수십 배에 달하는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화천대유자산관리는 자본금 5000만 원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가해 수천억 원대의 이득을 봤다. 


이런 사업엔 돈이 몰리고, 곧 과잉 투기로 이어진다. 여기에 미국과 한국의 금리가 높아지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투기 수요가 빠졌다. 그래서 위기가 온 것이다. 위기는 건설업체들에서 멈추지 않고, 은행들로 번졌다. 부동산 PF의 규모는 2020년 말 92조 원에서 지난해 9월 기준 134조 원으로 늘었다. 숨은 부채까지 합치면 164조 원이 넘는다는 추산도 있다. 


2008년 미국 부동산투기발 금융위기 때도 한국에서 건설사의 절반가량이 부도났고, 저축은행의 3분의 1이 부도 처리됐다. 근본적으로 같은 사건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거품에 기대어 무리한 투기가 이어지고, 거품이 꺼지면서 업체들은 줄도산한다. 이때 정부는 경제를 살린다는 구실로 막대한 세금을 기업들에게 퍼준다.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면 개별 기업들과 은행들이 나눠 먹지만, 위기가 발생하면 손실을 사회에 떠넘기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전세사기당한 서민들을 대할 때와 많이 다르다.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는 현재 1만 4000여 명이다. 피해자의 평균 보증금이 1억 3000만 원가량이니 1조 8000억 원 정도면 정부가 이들의 보증금 전부를 구제해 줄 수 있다. 다른 방법도 있다. 정부가 전세 사기 주택을 매입해 서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피해자들에게 30%라도 보전해 주자는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마저 반대하고 있다.


3월 27일 부실 부동산 PF 사업자에게 정부 보증을 9조 원 늘리겠다고 했다. 이미 85조 원 이상의 지원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추가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노동자들과 서민에겐 잔인하지만, 자본가들에겐 한없이 자비로운 정부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53호, 2024년 4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