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세종대로에서 민주노총 2024년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윤석열 퇴진 1차 총궐기와 함께 열렸다. 17%라는 역대 최악의 지지율에 이른 윤석열 정부는 이미 한계에 봉착한 듯했다. 완전진압복으로 중무장하고 집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경찰들은 윤석열 정권의 조급한 심정을 보여줬다. 경찰이 평화 집회에 난입하며 열한 명이 연행됐고, 다수의 참가자가 부상당했다.
그런데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대처는 아쉬웠다. 경찰이 바리케이드로 대오를 끊고 참가자를 연행하는데도 지도부는 경찰에 맞서지 않은 채 집회 진행에만 몰두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정신은 노동자대회가 아닌 후속 퇴진집회에만 맞춰져 있었다. 부르주아 정당인 민주당과 그 위성 조직인 촛불행동이 노동자대회 직후 같은 장소, 같은 무대에서 집회를 했다. 노동자대회는 부르주아 정당의 집회에 사람을 동원하기 위해 이용됐으며, 민주노총 지도부는 촛불행동 집회의 시간을 맞춰주기 위해 경찰 탄압에도 대처하지 않고, 졸속으로 집회를 끝낸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촛불행동은 결코 윤석열 정부의 대안이 될 수 없다.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운동을 생각해본다면 이는 자명하다. 노동자 민중의 직접행동으로 촉발된 시위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틀에 갇혀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거친 탄핵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과연 무엇이 바뀌었는가?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지만, 말로만 개혁적인 부르주아 정당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나 "적폐청산" 등은 실현되지 않았으며, 잇따른 정책 실패로 윤석열 정부를 낳았을 뿐이다.
진짜 대안은 문제투성이인 자본주의 체제 그 바깥에 있다. 개량적인 노조 지도부가 아니라, 집회에 참가하며 힘을 보여준 수만 명의 노동자에게 미래가 있다. 윤석열 퇴진과 자본주의 체제 철폐는 자기 힘과 자신의 역사적 사명을 깨닫는 노동자들을 통해서만 이뤄질 것이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0호, 2024년 11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