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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사회
 

해결책은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자본주의 폐지


  • 2025-02-23
  • 229 회

4월 11일 윤석열 인수위가 초대 내각에 여가부 장관을 포함했다.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를 게시하고, 중앙선관위에 10대 공약으로 제출하면서 불거졌던 여가부 폐지 논쟁이 일단락됐다. 선거 이후에도 인수위에서 여가부 폐지 의지를 보였지만 반대 여론에 크게 부딪혀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물론 젠더 갈등 조장은 계속할 것이다. 

 

여가부가 ‘여성 특권’으로 남성을 차별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거짓이다. 여가부 예산의 80퍼센트가 취약계층의 가족·청소년 지원 사업에 쓰인다. 한부모 가족과 아이 돌봄 서비스 지원에 61.9퍼센트, 위기 청소년과 생리용품 지원에 18.5퍼센트 등. 심지어 여가부 예산은 정부 예산의 0.2퍼센트밖에 안 된다. 오히려 여성 지원 예산은 항상 턱없이 부족하다. 여가부는 폐지할 것이 아니라 어려운 처지의 여성과 가족을 위해 예산을 늘려야 마땅하다. 

 

여가부 폐지 논쟁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지배계급이 청년층의 불만을 젠더 갈등으로 호도한다는 점도 간파해야 한다. 여가부 폐지는 ‘이대남’, ‘안티 페미니즘’ 등 정치계와 언론이 조장하는 젠더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청년층 내의 젠더 갈등은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와 경쟁, 그리고 지배계급의 ‘이간질을 통한 각개격파’ 전략에서 비롯한다.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과, 청년 남성의 삶이 악화되는 이유를 호도하고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다. 실업, 양질의 일자리 부족, 주택난, 빈곤 등 청년 대중이 크게 고통받는 문제는 여가부의 성평등 정책(그조차도 아주 제한적인 정책) 때문에 생겨나거나 악화된 게 아니다.

 

실업과 빈곤, 일자리 불안정, 주택난 등은 대다수 청년 여성과 남성의 공통된 불만이다. 이것은 노동착취에 기초한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다. 진짜 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성별 이간질에 맞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노동계급 여성과 남성이 공통의 적에 맞서 단결하는 것이다. 해결책은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자본주의 폐지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판) 29호, 2022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