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려고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시위가 된다. 이 사회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동권은 기본권이다. 가고 싶은 곳에 자유롭게 갈 수 있어야 학교도 갈 수 있고, 직장도 갈 수 있고,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장애인이 이런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대선을 앞두고 장애인들의 열악한 교통 현실을 알리고자 시작됐다.
전장연 박경석 대표는 집회장에서 이렇게 외친다. “자본주의 박살내자!” 왜 그럴까?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장애인 복지는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되지 않아 ‘불필요한 지출’로 취급받는다. 지금도 저상버스는 턱없이 모자란다. 장애인 콜택시는 수도 모자라고 가격도 비싸다.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장애인 활동지원사를 충분한 시간동안 배치하는 것도 아직 요원하다. 자본의 입장에서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장애인이 이용하기 힘든 대중교통은 환자, 노약자, 영유아도 이용하기 힘들다. 건강한 사람도 출퇴근길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과 버스에서 고생한다. 수도권 같은 대도시권에 인구가 지나치게 집중해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에 일자리가 몰리고, 사람이 몰리고, 상업 시설이 몰리고, 정부가 건설하는 공공‧복지‧교통 시설이 몰리고... 꼬리에 꼬리를 잇는 악순환이다. 대도시와 소도시, 농촌의 인구는 점점 벌어진다. 이것 또한 기업과 국가가 자본주의 이윤 논리에 따르기 때문이다. 산업과 인구를 각 지역에 골고루 배분하고 대중교통을 교통 약자도 편하게 이용하도록 만들려면, 이윤이 아니라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판) 29호, 2022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