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경사노위 공공기관위원회는 ‘노동이사제 법제화’와 ‘직무급제 도입 추진’을 합의했다. 임금 억제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직무급제를 내어준 대가로 131개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된다. 하지만 맞바꿨다고 하기엔 민망하게도 노동이사제는 노동자한테 좋은 제도가 아니다. 노동자 대표의 비중과 상관없이 지배계급의 이사회 제도 안에선 노동조건 악화를 막기 어렵다. 노동이사제가 발전한 독일도 노동자가 임금, 고용, 노동조건 등 자기 생존권이 걸린 경영 사안에 대해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지 못하며 기업 투명성에도 실패했다.
그런데도 경총은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이사회 결정이 지연되거나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반대한다. 하지만 속내는 ‘별 위협이 안 되겠지만, 어디 감히 노동자가 경영권을...’이다. 윤석열은 “찬성하지만, 노동의 힘에 일방적으로 견인되면 안 된다”고 한다. 교통공사 노동이사는 “양쪽을 매개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하며 중재자 역할이 주임을 밝혔다. 노동이사제를 통해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 투쟁 정신이 마비될 수 있다. 겉에 꿀을 바른다고 착취하는 자본의 본질적 속성이 바뀌지 않는다. 착취를 멈추고 세상을 바꿀 힘은 오직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있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 27호(서울판)(2022년 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