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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현장
 

SPC 삼립,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은 우연이 아니다


  • 2025-07-07
  • 2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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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YTN)

 

5월 19일 새벽 3시, 경기도 시흥시 SPC삼립 제빵공장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 기계를 멈추지 않은 채 혼자서 크림빵 냉각 컨베이어 벨트 기계에 수작업으로 윤활유를 뿌리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2인 1조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자동 윤활장치가 있어도 사용하지 않았다. 기계가 멈추면 생산이 줄고, 이윤이 감소하니 기계를 정지하지 않고 위험한 작업 중 정비를 강요했을 가능성이 높다.

 

2022년 10월에도 평택 SPC 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졌고, 2023년엔 SPC 계열 성남의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여 사망했다. 최근 3년간 사망 3건, 부상 5건 등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발생한 산재 사고는 572건에 이른다. 월평균 11번의 산재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2022년 사고 당시 SPC 허영인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고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사과하고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사과는 말뿐이고, 사고는 반복된다.


사고가 나자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수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법원은 “사고와 시간적 관련성이 부족하다.”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며 압수수색 영장을 세 차례나 기각했다. 결국 사고 발생 한 달여 만인 6월 13일 4차 청구 끝에 겨우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사법부는 SPC 자본이 현장을 정리하고 증거를 지울 시간을 벌어주며 구조적 살인의 공범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노동자가 아무리 죽어도 법은 노동자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죽어야 이 처참한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는가? 반복되는 죽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윤이 최우선인 체제, 형식적인 안전 관리, 자본의 편에 선 법과 제도가 유지되는 한 노동자의 죽음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이윤 대신 생명이 우선인 체제로 사회를 완전히 뒤바꿔야 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7호, 2025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