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 22일 오후 3시, 충남 천안 우창코넥타 식당에 전 직원이 소집됐다. 대표이사 대신 나타난 변호사는 “파산이 선고됐으니 1시간 내 퇴거하라”고 통보했다. 우창코넥타 노동자 80명과 협력업체 노동자 등 약 1,000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같은 시각 모회사 모베이스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주가가 급등하고 있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우창코넥타는 인수 이전까지 흑자를 유지하던 기업으로, 중국 자회사 가흥화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 왔다. 그러나 2019년 모베이스전자는 인수 이후 우창코넥타의 매출 전부를 자사와 계열사(우창정기)에 종속시키는 구조로 재편하고, 납품단가를 제조원가 이하로 낮췄다. 노동자들이 땀 흘려 만든 제품이 팔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동시에 핵심 수익원이던 가흥화창이 계열사로 매각되고, 특허 무상 이전 등으로 약 330억 원 규모의 자산이 유출되며 재무 기반이 급격히 약화됐다. 2022년에는 건물을 제외한 유형자산이 사실상 '0원'으로 처리되며 부채비율이 5,663%까지 치솟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파산 직전인 2025년 12월에는 설비와 금형을 헐값에 모회사가 인수했는데, 사내하청 업체의 신규 법인 설립으로 ‘업체갈이’ 정황이 보인다. 결국 169억 원의 채무만 남긴 채 파산이 진행됐고, 그마저도 그 채무를 합법적으로 탕감받기 위한 마지막 수순이었다. 파산 절차를 시작한 12월 29일 작성된 사측 내부 문서에는 "노조 쟁의행위 시 직장폐쇄 및 설비 즉시 이전"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명시돼 있었다. 따라서 이것은 기획파산이 명백하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파산 직전 공장 전체에 근저당을 설정해 채권 29억 원을 고스란히 확보했다. 노동자의 임금·퇴직금 등은 외면한 채 제 몫만 챙긴 국책은행은 기획파산의 공범이나 다름없다.
현재 노동자들은 파산에 항고하고 단전·단수된 공장을 지키며 3개월 넘게 농성과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모베이스는 묵묵부답이다. 단물만 빨아먹고 내뱉는 껌처럼, 피땀을 쥐어짜고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팽개친 다음 차갑게 외면하는 모습은 야만적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모베이스전자처럼 법의 허점을 파고들어 자산을 빼돌리고, 산업은행처럼 공적 책임을 내팽개친 채 제 몫만 챙기는 구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작동하고 있다. 우창코넥타 노동자들의 투쟁은 책임을 회피하는 자본에 맞서 노동자가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 싸움이 우리 모두의 싸움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 서울 77호, 2026년 4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