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에 가까운 파업동료에게 무한한 경의와 격려를 보낸다”
서울역에서 연좌농성 중인 코레일네트웍스 파업노동자들의 목소리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이 파업 60일차인 11월 9일(토)부터 서울역에서 무기한 단식과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파업노동자들의 표정은 비장했고 태도는 결연했다. 노동자들은 대열을 갖추고 서울역 맞이방과 승강장 등을 자주 순회하며 “20년 일해도 최저임금, 대통령이 책임져라”, “정년합의 이행하라” 등을 외치고 있다.
철도교통의 핵심 현장에서 작지만 소중한 ‘뜨거운 겨울’을 만들어가고 있는 파업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말 하나하나에는 지배자들에 대한 악에 바친 분노와 날카로운 비판의식, 모순투성이 사회에 대한 번뜩이는 통찰, 함께 파업하는 동지들에 대한 강한 동료애, 끝까지 싸워 이기자는 결의 등이 담겨 있었다.
“우리 등에 빨대 꽂고 쪽쪽 빨아왔다”
철도노조 철도고객센터지부 박관자 부지부장은 “나는 고객센터 입사 20년차다. 그런데 최저임금에서 한 번도 못 벗어난 것 같다. … 우리를 자기들 배 불리는 앵벌이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라고 비판했다. 다른 조합원도 “사측은 우리 등에 빨대를 꽂고 쪽쪽 빨아왔다”며 성토했다.
철도고객센터 허정옥 조합원도 “우리 임금이 잡비로 처리된다는 걸 알고 놀랐다. 우리가 비품이나 소모품보다 못하단 말이냐. 우리 노동이 아무 가치가 없다는 거냐.”며 분노했다.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남기석 조합원은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이 정년연장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12월 31일자로 해고됐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얘기했을 때 기대했는데, 이렇게 일찍 짤리게 돼 “억울하고 속상하다”고 했다.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은 물론이고 코레일, 국토부, 청와대 등 어느 곳 하나 우리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너희 아빠 정규직이야 비정규직이야?”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정년연장 합의 이행을 주장하며 파업하자, 코레일네트웍스 사측, 코레일 사측, 국토부, 청와대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고 온갖 핑계를 댔다. 가령 국토부는 자회사간 형평성을 핑계로 댔다. 이에 대해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은 이렇게 비판했다. “형평성은 말이 안 된다. 코레일네트웍스는 1800명 중 125명만 정규직이다. 그런데 코레일관광개발은 모두 정규직이다. 이 형평성은 왜 얘기하지 않는가. 코레일유통은 임금이 매우 높다. 왜 그 형평성은 얘기하지 않는가. (코레일네트웍스에선 정년을 60,61세에서 61,62세로 1년 연장하는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코레일테크 환경노동자의 정년은 65세다. 왜 이 형평성은 얘기하지 않는가.” 결국 국토부가 원하는 건 형평성이 아니다. 주면 주는 대로 받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하다가, 짜르면 짜르는 대로 차가운 길바닥으로 순순히 물러나라는 것이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정진호 조직부장은 “처음엔 네트웍스 문제인 줄 알았는데 갈수록 코레일, 기재부, 청와대 문제이더라구요.”라고 했다.
철도고객센터지부 허정옥 조합원은 비정규직 제도의 문제점을 폭로했다.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이 좋은 회사의 정규직이 되기를 원한다. 결국 사교육을 통해 교육이 과열된다. 있는 집과 없는 집 아이들은 교육에서부터 차별받을 수밖에 없다. 보통 아이들이 너 어디 아파트 살아 몇 평에 살아라고 묻는다고 하지만, 이제는 너희 아빠 정규직이야 비정규직이야 이런 물음도 나오지 않을까. 국가에서 비정규직 제도를 통해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고, 아이들의 가치관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업을 통해 노동자는 하나가 되고 있다
이번 파업에서 얻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결같이 “동료애”를 꼽았다. 업무가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지역이 달라도 파업을 통해 노동자는 하나가 되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류지연 조합원은 “파업 전에는 매표 노동자와 역무 노동자가 서로 알기 어려웠어요. 사측은 이간질까지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 팀을 이뤄 파업하면서 아주 친해졌고, 끈끈해졌어요”라고 했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정진호 조직부장은 “해고자들은 젊은 층의 임금을 위해 같이 해주시고, 젊은 사람들은 해고자들의 복직을 위해 같이 해주신다. 동료애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철도고객센터지부 최정아 총무부장은 고객센터지부는 집중사업장인 반면,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분산사업장이 많은데도 잘 싸워주고 있어 믿음이 간다고 얘기했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남기석 조합원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함께 파업하는 동료”를 얘기하며 감정이 북받쳐 올라 옆에 있던 동료의 손을 꼭 잡았다. “1000명에 가까운 파업노동자들에게 무한한 경의도 보내고 격려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조지현 철도고객센터지부장은 이번 파업을 통해 노동자들이 성장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파업 초기에 부산에 내려갔을 때 뒤로 빠져 있었던 젊은 동지들이 이제 앞에서 당당히 발언하는 모습을 보며 훨씬 더 성장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성장한 노동자들이 언젠가는 해내겠구나라고 많이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 파업의 끝이 어떤 것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뭔가 새로운 싸움, 더 큰 투쟁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는 희망을 노래했고,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결의를 밝혔다. 철도고객센터 최정아 총무부장도 “끝까지 다 같이 싸워서 모범사례를 만들자”고 했다.
파업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었다. 단결한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함께 싸우는 노동자들 속에 길이 있다.
<노동자투쟁> 온라인 기사(2021년 1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