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갔다 함께 온다’는 정신으로 꿋꿋하게 싸우고 있다
- 코레일네트웍스 파업조합원들 간담회
파업을 43일 동안 굳건하게 이어온 코레일네트웍스 파업노동자들이 23일 서울과 대전에서 각각 간담회를 했다.
두 차례에 걸친 코레일네트웍스지부 간담회에 참석한 200여 파업 조합원은 사측과 정부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21일 본교섭이 열렸는데, 노조가 수정안을 제시했는데도 사측은 이를 거부하고 임금을 1.5%밖에 올려줄 수 없다고 했다. 이것은 기획재정부 가이드라인 4.3%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노동자들을 우롱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년연장 합의를 이행할 의지도 전혀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 사측은 마이너스 급여명세서까지 미리 보내 파업노동자들을 뒤흔들려고 야비한 술수를 부렸다.
어느 노조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투쟁한 결과 코레일 사측한테 계약 때 휴일수당도 반영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네트웍스 사측은 노사가 합심해서 코레일 사측한테 요구할 건 요구하자고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투쟁해서 따낸 성과가(시중노임단가 100% 반영) 있는데, 이걸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못 주겠다고 하고 있다. 기가 찰 일이다.”
그리고 정부는 공장과 사무실에서 노동자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일하는 것은 그대로 방치하면서, 코레일네트웍스 파업노동자들이 간격을 충분히 두고 청와대 앞에서 촛불 선전전을 하려고 하는 것은 철저히 가로막았다. 한 조합원은 “어제 청와대 앞에서 성질나서 경찰한테 주먹을 날릴 뻔했다”고 얘기했다.
서재유 지부장은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은 코레일 본사에 책임 넘기고, 코레일 본사는 국토부에 책임 넘기고, 국토부는 자기가 결정권자 아니라고 한다. 이렇게 책임을 삥삥 돌리고 있다. 그래서 이제 청와대가 책임지라고 주장하며 싸워야 한다. 다른 투쟁사업장과도 같이 싸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어렵지만 파업대오 유지하자”
이런 상황에서도 여러 파업노동자가 굳은 투쟁의지를 보여줬다. 한 조합원은 “파업 들어갈 때 임금보전 못 받는다는 걸 알고 들어가지 않았는가”라며 혼란스러워 하지 말자고 했다.
주차 분야 노조 간부는 “사는 데 어렵지만, 다 어렵지만 미래를 위해 파업대오 유지하자. 이번에 쟁취하지 못하면 영원히 쟁취하지 못한다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철도노조에서 투쟁기금 등을 활용해 1인당 50만원씩 파업노동자들에게 곧 지급해 주기로 했다. 동시에 철도노조는 1인당 1만 원 이상 모금운동도 계속 벌이고 있다. 간담회에선 임금채권 발행, 민주노총 전조합원 대상 1,000원 모금운동 등도 거론됐다.
고객센터지부 간담회에선 파업에 참여하는 청소노동자 3인의 생계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파업후원금 등을 활용해 이들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나왔고, 여기에 파업노동자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모두 어려운 처지이지만 가장 어려운 처지의 노동자들에게 재정을 지원하자고 마음을 모은 것이다. 노동자는 하나라는 빛나는 의식을 잘 보여준 사례다.
“흩어지면 다 같이 죽는다”
사측은 정년연장 합의(역무와 주차는 61세에서 62세로 1년 연장, 다른 분야는 60세에서 61세로 1년 연장)는 이행하지 않고, 모든 분야의 정년을 61세로 통일하는 안을 제출했다. 이것은 역무와 주차 인원이 많기에, 대다수에겐 현상 유지일 뿐이다. 이미 61세 정년에 도달한 노동자들은 그냥 나가라는 소리다.
코레일네트웍스 지부 4시 간담회에서 주차관리, 질서지킴이 등 선배노동자들은 사측이 정년문제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에 매우 민감했고, 고용 보장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편 고객센터지부 간담회에선 “61세 정년 통일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고객센터는 60세에서 61세로 1년 늘어나는 것이지만, 우리가 어떻게 다른 동지들을 희생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조지현 지부장이 얘기했다. 또한 사측이 코레일네트웍스지부와 고객센터지부를 갈라놓으려고 할 수 있지만, “노동자는 뭉치면 다 같이 살고, 흩어지면 다 같이 죽는다”고 했다.
“역 순회하며 파업 불참자 조직하자”
코레일네트웍스지부 2시 간담회에서 한 조합원은 “진짜 힘들어서 “파업 언제까지 갈까요?”라고 묻는 파업 참가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현장 근무자인데 파업 참여자인 것처럼 의견을 올리면서 분탕질하는 경우엔 집행부에서 찾아서 확실히 정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객센터지부 간담회에서도 조합원인데도 선전전 등에는 참여하지 않고, 연가 등을 써서 혼자서만 파업기간에 임금을 보전받으려는 관리자들에 대한 분노가 많이 표출됐다.
한 조합원은 파업 불참자를 조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조끼를 입고 각 역마다 순회하고, 한 사람 한 사람 전화해서 근무하는 조합원들을 투쟁에 동참시켜야 한다.” 다른 조합원도 “(업무에) 빵구가 진작에 났다면 우리가 힘을 받았을 것”이라며 “독려해서 끌어내는 좋은 방법을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함께 갔다 함께 온다
어느 조합원이 “교섭은 올해 끝난 건가, 더 이상 없는 건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네트웍스지부 간부는 “조합원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가 또다시 실망하는 교섭은 하지 않겠다. 사측이 진실성 있게 교섭을 원할 때 그때 조합에서 응하겠다! 오늘이든 내일이든 언제든...”이라고 답했다.
파업투쟁을 언제까지 어떻게 할 것인가는 모든 노동자에게 중요한 관심사였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다를 순 있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갔다 함께 온다는 마음을 지킬 수 있느냐”라고 서재유 지부장은 말했다. 그리고 투쟁전술과 관련해 “저는 올해 넘어서도 투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중요한 건 여기 조합원들의 마음이다”, “우리는 의견을 모으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조별 토론을 통해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투쟁할지 얘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조합원 토론을 제안했다.
고객센터지부에서도 언제까지 어떻게 싸울지에 대해 조합원들이 토론하고 있는데, 고객센터나 매표 등이 내년 구정 설 연휴 승차권 판매 기간까지 파업하면 사측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처럼 파업노동자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쟁의지를 다지고 있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다. 가시적 결과가 무엇이든 이렇게 파업의 최전선에서 노동자들이 함께 싸우고 함께 토론하고 함께 결정하려고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훌륭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조합원 한 명 한 명이 노조의 실질적 주인공으로 서 나가고, 노동자들의 단결력과 투쟁력, 의식은 더 굳건해질 수 있을 것이다.
자본가들과 정부는 경제위기의 고통을 노동자에게 죄다 떠넘기려 하고, 코로나를 이용해 노동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임금인상, 고용안정을 위해 최선두에서 싸우고 있는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파업을 최선을 다해 지원하자.
<노동자투쟁> 온라인 기사
2020년 1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