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2월 16일에 나온 <노동자투쟁> 철도고객센터 파업 지지 특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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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결한 노동자는 패배하지 않는다
“파업으로 상담이 불가합니다”
철도고객센터에 전화하면 한 달 넘게 이런 차가운 기계음만 흘러나온다. 단 한 명의 이탈도 없는 파업으로 상담 업무가 완전히 마비됐다.
보라! 고객센터의 주인은 바로 우리 노동자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을 때는, 노인과 장애인을 비롯해 철도 고객이 전화하면 따뜻하고 친절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고객센터 전화는 모두 꺼져 있고 상담실은 무덤처럼 조용하다. 노동자가 일할 때 회사는 활기 있지만 노동자가 일손을 놓으면 회사는 깊이 잠든다. 이렇게 파업은 회사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노동자가 노예처럼 살기를 바라는 자들
1년차 신입이든 15년차 고참이든 최저임금만 주는 게 정당한가? ‘평생 최저임금’ 인생을 바꿔보려고 하는 게 부당한가? 시중 노임단가 100%로 코레일과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그렇게 확보한 돈으로 임금을 올리라는 게 지나친가? 정년연장 노사합의를 지키라는 게 잘못인가?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와 함께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임금의 80%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떠들썩하게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철도 정규직 임금의 44%밖에 안 되는 살인적 저임금 구조를 약간이라도 바꿔보겠다고 파업하자, 기획재정부는 4.3% 임금인상 ‘가두리 라인’을 내세워 노동자를 저임금 지옥에 영원히 가두려 한다.
한 달 넘게 파업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뼈저리게 느낀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약속이 완전한 사기였듯, ‘정규직 대비 80% 임금인상’ 약속도 완전한 사기다.
청와대, 기재부, 국토부, 코레일 사측,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은 탁구공 넘기듯 노동자의 요구를 서로에게 떠넘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한통속이다. 그들은 코레일네트웍스 파업노동자들이 지쳐 나가 떨어져, 평생 최저임금만 받으면서 노예처럼 고분고분 살기를 바랄 뿐이다.
저들이 두려워하는 것
저들도 두려워하는 게 있다. 고객센터지부 200여 노동자를 비롯해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 1000여 명이 똘똘 뭉쳐 한 달 넘게 파업하는 것을 그들도 외면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청와대까지 나서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들은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에게만 “(임금인상 가이드라인에서)예외를 허용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코레일만 해도 비정규직이 1만 명 가까이 있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수십만 명에 이른다.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에게 양보하면, 다른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잇따라 들고 일어날까봐 저들은 두렵다.
2018년 철도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 때도 똑같았다. 철도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폭넓게 허용하면, 발전을 비롯해 여러 공공부문에서 정규직화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라고 저들은 두려워했다.
저들을 더 두렵게 해야 우리가 존중받는다
이 파업은 노동자가 평생 최저임금만 받기를 바라는 지배자들을 상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체의 이익을 대표해서 싸우는 대리전이다. 코로나19를 구실로 노동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노동자를 희생시켜 자본가경제를 살리려는 지배자들에 맞서 임금인상, 고용보장 등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반영해서 싸우고 있는 대리전이다.
노동자 단결과 연대를 얼마나 확대하는가에 이 파업의 운명이 달려 있다. 이 파업을 최대한 많은 노동자에게 알리고, 지지와 연대를 최대한 조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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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고객센터 파업노동자들의 목소리
{12월 8일(화) 철도고객센터 파업노동자들이 40명 정도씩 4차례 모여 조합원 간담회를 했다. 분임토론을 매우 활발하게 했는데, 그때 아래에서처럼 송곳 같고 보석 같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달은 길다. 여기까지 힘을 보여준 게 자랑스럽다.”
“우리가 고객센터에서 출근저지 투쟁을 하고, 기획재정부에 가서 선전전을 해도 우리 요구를 들을 사람이 없다.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우리 요구를 더 많이 알릴 장소가 어딜까?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대전역에서 선전전 하는 게 좋겠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조합원들이 서울역 승강장에서 선전전 하듯, 우리도 대전역 승강장에서 선전전 하는 건 어떤가?”
“우리가 파업하는 내용들을 국민들은 모른다. 사람들이 SNS를 많이 하니 우리 요구사항을 SNS를 통해 널리 알리는 건 어떨까? 3~5분짜리 유튜브 영상 정도는 우리 센터 사람들이 어떻게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중에 누가 나레이션도 하고, 설명도 참 재미나게 해주면 좋겠다. 우리 센터에도 이런 거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왜 파업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피켓도 바꾸자. 시중노임단가나 기재부 지침이란 말보다는 ‘20년 일해도 최저임금’ 등 확 와 닿는 얘기로 싹 바꿨으면 좋겠다.”
“우리가 기재부 말고 자극하는 방법이 없을까? 우리가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투쟁해서 이런 건가? 그래서 어떻게 더 자극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이다.” “코레일 본사 앞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청와대로 가야하지 않을까?” “차라리 저번처럼 점거하는 게 낫겠다.” “차량을 이용해 시위하거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구역에서 피켓 시위 하는 것도 좋겠다.”
“사측에선 일단 파업 접고 들어오면 기재부 지침도 풀려고 ‘노력’하고, 올해 임금 인상 못 해준 거 내년에 해주려고 ‘노력’하겠단다. 우리를 완전 애로 안다. 우리가 한두 번 속았나?”
“회사에 타격을 더 줄 방법은 없을까. 근무일엔 준법투쟁(태업)을 하고 휴일엔 철도공사 선전전 등을 하면 기본급도 받고 투쟁도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일단 회사에 복귀하면 준법투쟁을 한다고 해도 결국 흐지부지돼서 전화받고 있지 않을까”, “올해 못 얻어오면 내년에도 힘들어지니 계속했으면 좋겠다.”
“작년처럼 조합원이 내용도 모르는데 무조건 복귀하라고 하지 마라. 이번에는 어떻게 할지 조합원과 꼭 얘기하고 다같이 결정하자. 우린 아무것도 없이 복귀할 맘 없다.” “조합원들이 파업이 장기화되다 보니 교섭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 한다. 정년 관련해서 협의할 때도 조합원들 의견 반영해서 협의했으면 좋겠다.”
“어떤 계획을 세우고 어떤 투쟁을 하건 우리가 함께 의논해서 함께 결정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계속 느끼고 있다.”
“권한 없는 바지사장이 2명이든 3명이든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진짜 사장은 코레일이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기재부 가이드라인을 꺾은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들이 어떻게 싸웠는지 우리도 배워야 한다.”
“상담 안 하니까 목 안 아프고 머리도 안 아프다. 마른기침도 엄청 했는데 이제 안 한다. 나는 내 목이 문제인 줄 알았는데 직업병이었나 보다.”
“왜 꼭 집행부만 일을 다 해야 하냐? 같이 할 수 있는 건 역할분담해서 같이 하자(식비 영수증 정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