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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현장
 

KTX 청소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다 “여름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울에도 땀이 많이 나요”


  • 2025-02-16
  • 154 회

KTX 청소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다

여름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울에도 땀이 많이 나요

 

KTX2004년 개통 이후 한국의 대표 교통수단이 됐다. 2019년 기준으로 연간 6,700만 명, 하루 평균 18만 명이 이용하고, 하루 316(토요일 기준) 운행한다. KTX 보유 대수는 85편성, 1310량이나 된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KTX 차량의 내부 청소는 누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행신역 옆에 있는 KTX 고양차량 기지에서 청소를 담당하는 코레일테크 청소노동자들이 지금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부터 서울역에서 매일 오전 9시 선전전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얘기를 들었다.

 

겨울에도 땀이 많이 난다

 

고양차량의 KTX 청소노동자들은 41조를 이뤄, 주간 근무 기준으로 하루에 KTX 20대 이상을 빠르게 청소한다. 객실 좌석들에 남겨진 쓰레기를 줍고, 화장실 오물(내려가지 않은 똥덩어리, 구토물 등)을 치우고, 좌석 등을 정돈한다.

하루 평균 6대 정도를 구석구석 싹싹 닦으면서 깨끗하게 청소한다. 41조로 일하면, 1인 평균 2량 또는 2.5량을 깨끗이 청소해야 하는데 여름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울에도 땀이 많이 날 정도로 정말 힘들다.

 

인원이 부족해서 연차 휴가도 쓸 수 없다. 만약 한 명이라도 빠지면, 31조로 일해야 해서 한 사람당 3량 정도를 청소해야 하는데 이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각 조당 1명씩 늘려야 연차휴가를 쓸 수 있고, 남은 사람들이 최소 41조로 일할 수 있다.

 

우리도 사람이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실수로 객실 쓰레기를 치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 관리자가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쓰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다. 근본적으론 인원부족이 문제인데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경위서까지 요구하며 노동자들의 자존심을 뭉개버리는 것이다.

 

올해가 전태일 열사 50주기인데, 이 고양차량 환경노동자들이 전태일 열사의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도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상의 한마디 없이, 다른 데로 가서 일하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한다. 서울역에서 고양차량으로 일방적으로 귀양보내버린 경우도 있다.

 

일하면서 산재사고도 많이 난다. 인원은 적고 일은 너무 많아 KTX 철계단을 빠르게 오르고 내리면서 종종 다친다. 바닥 청소를 위해 화학약품을 쓰다 보면 미끄러져서 다치기도 한다. 그런데 그동안 사측은 산재를 은폐하기 위해 산재처리 대신 공상처리를 하라고 했다.

 

어떤 노동자가 우리도 보건휴가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관리자가 생리하면 오세요라고 성희롱한 경우도 있다.

 

협박, 공갈에 직장 갑질까지

 

현 코레일테크 차량환경처장은 고양차량 환경노동자들이 코레일테크로 전환되기 전에 용역사 K종합의 실장(김 실장)이었다. 그리고 이 용역사 K종합은 청소 노동자의 임금을 착취한 악행으로 소송이 걸려 있었다.

 

그러던 차에 고양차량 환경노동자들은 201941일부로 용역사에서 코레일테크로 전환됐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따라, 20177월 전 입사자는 모두 자회사로 전환하기로 해서, 국토교통부에 이미 명단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노동자들은 이런 사실을 명확히 몰랐는데, K종합 사측은 노동자들한테 끊임없이 협박하고 공갈했다. 김 실장이 차량환경처장으로 가 있기 때문에, 체불임금을 조금만 받기로 합의해 주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코레일테크로 가지 못할 수 있다고 협박했다. 6~7명이 끝까지 저항하다가 그 한마디에 결국 싸인하고 말았다. 그렇게 협박에 못 이겨 합의한 노동자들은 근 2년여 동안 수많은 부당한 처우와 갑질에 너무나 시달렸다.

 

소수 노조 탄압의 대표적 사례가 있다. 2019년 공무직 채용과정에서 근 2년 동안 별 탈 없이 일을 잘한 어느 사원은 소수 노조에 가입한 것밖에 없는데, 두 번 연속 기간제로 떨어졌다. 한편 용역사 시절부터 처장과 오랜 세월 함께해 왔고, 철도 서비스 노조(한국노총 소속)와 연결된 사원은 산재 20주를 받고 치료 중이었는데 면접 봐서 바로 합격시켰다.

 

이런 악행들에 대한 분노 때문에 노동자들은 지금 부당한 인사이동 중단하고 (코레일테크) 차량처장은 물러가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소수가(관리자들이) 좋자고 많은 식구가 힘들면 안 되지 않겠냐면서 그동안 당해왔던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얘기했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보고 막 대할 수 있기에, 부당한 것에 맞서 함께 뭉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등 다른 노조들에 속해 있던 노동자들이 노조를 탈퇴하고 철도노조에 가입한 뒤 고양차량 기지에서 집회도 했다. 여기엔 철도노조 고양차량지부(정규직) 간부들도 참여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구 로테코 노동자들, 철도고객센터 지부와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노동자들도 참여했다.

 

코레일테크는 환경, 건축, 전기, 차량정비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 5,0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최대의 철도 자회사다. 그리고 고양차량은 정규직 1,000여 명이 일하고, 자회사 비정규직도 200여 명 일하는 최대의 철도 현장이다. 그래서 고양차량에서 코레일테크 환경 노동자들이 철도노조에 가입해 자기 권리를 위해 싸우기 시작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연대하자.

 

<노동자투쟁> 온라인 기사(202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