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 출처: 연합뉴스
건강보험고객센터 노동자들은 2021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따른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3차례나 힘 있게 파업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공단 소속의 기관을 설립해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직접고용도 아니고, 전환 후 노동 조건이 나아지기 어렵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않았어도 투쟁을 통해 쟁취한 소중한 결과였다. 2년마다 업체가 바뀌며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고용 형태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년이 지나도록 이 합의가 지켜지지 않아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공단은 지난 2년 동안 협의체 구성에 시간을 끌더니 22차례 협의 과정에서 온갖 핑계를 대며 전환을 미뤘다. 그러더니 2019년 2월 28일 이후 입사한 약 700명(약 40%)은 공개경쟁 방식으로 채용하겠단다. 노동자들은 4년 넘게 일한 노동자가 신규 지원자와 경쟁하는 것이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억지 주장은 집어치우고, 모두를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촘촘한 차벽과 방호벽 너머에 있는 공단 사측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2021년 당시, 연대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정규직화 자체를 반대했던 정규직 노조는 여전히 차벽 너머에 어정쩡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들은 건강보험 보장성과 공공성을 요구하는데 상담업무도 엄연한 공공의 영역이다. 왜 보건의료노조 파업 지지 성명은 내면서 같은 직장의 동료인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투쟁은 외면하는가? 이런 정규직 노조를 왜 상급 단체는 비판조차 하지 않는가?
공단 사측이 아무리 전환을 미루면서 노동자를 분열시키고 전환 이후 노동 조건을 악화시키려는 수작을 부려도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모든 것을 걸고 싸울 각오가 돼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단결, 사업장을 넘어선 연대를 강화할 때 승리는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48호, 2023년 11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