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3일(목) 오후 2시에 영등포역 광장에서 구로승무지부 조합원들과 서울•수도권 철도 노동자들이 300명가량 모여 결의대회를 했다. 영등포역 광장이 너무 좁게 느껴질 정도로 철도노동자들이 매우 많이 왔다. 그리고 집회 참가자의 다수는 20-30대 젊은 철도노동자들이었다.
구로승무지부에서 100명 넘게 참여했는데, 야간 근무를 마치고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참여하거나 야간 출근 전에 참여한 조합원들도 많았다. 일하느라 못 온 조합원들까지 포함하면 구로승무 조합원 대다수가 이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안산승무, 병점승무, 청량리전동 등 다른 사업소의 기관사들뿐만 아니라 서울전기, 서울차량, 코레일네트웍스 등 다른 직종 노동자들도 많이 왔다. 이 투쟁이 많은 지지와 공감을 받고 있는 것이다.
투쟁 열기가 뜨거운 것에는 사측의 계속되는 적반하장식 대응이 한몫하고 있다. 구로승무 조합원들이 대시민 선전전을 해서 시민들이 접수한 VOC민원에 대해 사측은 '루머'라고 일축했다. 4월 4일 기자회견 직후에는 거짓 반박문까지 냈다. 사측은 잘못을 인정하려고 하기보다 계속해서 일을 키우고 있다.
구로승무 조합원들도 이렇게까지 투쟁이 길어지고 커질지 몰랐다는 반응이다. 연가•병가를 통제하고, 병가 사용 등을 이유로 진급역전 사태를 일으킨 건 누가 봐도 명백한 잘못이기 때문이다.
집회에 참여한 한 기관사가 이 문제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했다. “병가를 못 쓰게 하고, 병가를 썼다고 진급누락시켰다. 투쟁에 참여할 때도 당연히 눈치 보인다. 근무평정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을까봐, 진급 누락될까봐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이 투쟁에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측이 바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현장을 통제하고 조합원들을 길들이는 것, 단결하지 못하게 해 사측이 맘대로 공격하는 것. 이것 때문에 사측은 비겁한 거짓말들을 늘어놓으면서 결코 물러서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도 결코 물러설 수 없다. 아파도 쉴 수 없고, 사측이 입맛대로 근무평정을 하면서 동료와 선후배들을 갈라놓고 자신들에게 충성하게 만드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나중에 관리자들이 시키는 대로 기계처럼 일하면서 후회하는 일이 없게 하려면 지금 최선을 다해 싸울 수밖에 없다!
다른 지부, 다른 직종 노동자들도 이것을 구로승무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로 여기고 있다. 영등포역 아침선전전에 연대한 안산승무의 한 기관사는 "이 일을 듣고 남일 같지 않아서 여기 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렇듯 노동자들은 사측에 맞서 집단적으로 싸울 수 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이런 집단적 투쟁은 꼭 필요하다. 사측이 잘못을 계속 인정하지 않고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구로승무 기관사들은 조만간 사복 투쟁과 안전운행 투쟁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아프면 쉴 권리'를 쟁취하고 현장통제를 물리치기 위해 전동차 기관사들을 비롯한 철도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방법을 최선을 다해 찾을 것이다. 현장을 통제하고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것에 맞선 이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지하고 연대하자.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 2023년 4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