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4일 구로승무사업소 기관사들이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안전운행투쟁으로 1호선 열차가 지연되고, 휴일지키기 투쟁으로 본사에서 인력을 파견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기관사들이 투쟁의 운전대를 잡으면 어떻게 되는지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투쟁은 하루아침에 터져 나온 것이 아니다. 꽤 오랫동안 구로 기관사들이 못 쉬고 감당해 오던 것들이 폭발했다. 구로 기관사들의 인력부족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었다. 언제나 현원이 정원에 못 미쳤는데, 특히 최근 코로나 2~3년 동안엔 인력부족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코로나에 따른 자가 격리, 백신 접종 등으로 인력이 더 빠듯해졌다. 사측은 코로나 때문이라며 기관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했고, 기관사들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버텼다. 인력이 부족해서 밀접접촉자의 동선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도 했다. 접촉한 모두가 검사받으러 가거나 격리되면 운전할 사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인력 부족 때문에 코로나 감염에도 더 쉽게 노출됐던 게 구로 기관사들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수그러든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인력 부족 때문에 연차 사용이 매우 힘들었다. 명절 같은 중요한 연휴에만 길게 늘어섰던 연차 신청 줄을 매달 보게 됐다. 휴가자의 빈자리를 채우기 전에, 인력 부족으로 비어있던 열차를 채워야 했기 때문에 휴일에 근무하러 나오는 기관사들이 아무리 많아도 연차 사용은 그림의 떡이었다.
인력 부족은 연차 사용만 어렵게 한 게 아니다. 지난 6월에는 인력 부족 때문에 구로 기관사들이 타 사업소로 갈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했다. 이미 인력이 부족한데 전출을 보내면 그만큼 더 부족해진다며 사업소에서 전출 지원서를 상부로 제출하지 않았다. 인력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노후한 시설, 복잡한 노선 등으로 열악하기로 유명한 구로사업소이기에 여러 기관사가 타 사업소로 전출을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회 자체를 박탈한 것이다.
구로 기관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인력 부족만이 아니다. 쉴 공간이 부족해 휴게 시간에는 외부 카페를 이용해야 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탕비실도 없어서 편하게 음식조차 먹기 힘들다. 장마철에는 어김없이 물이 샌다. 누수 때문에 천장 텍스가 떨어지기도 하고, 누전 위험까지 있다. 첫차를 운전하기 위해 자야 하는 숙소도 매우 열악하다. 겨울철에는 난방이 잘 안 돼서 추위에 떨며 자야 하고, 여름철에는 온갖 벌레에 시달리며 잠을 설친다. 신관은 기울어져 있다. 최근에는 사측에서 구로승무지부와 협의하지도 않고 인천 분소를 일방적으로 설립하려고 해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비록 이번 투쟁의 직접적인 요구는 인력 충원이지만, 이런 많은 문제에 대한 분노가 이번 투쟁에 담겨 있다.
이번 투쟁으로 철도 본사로 민원이 하루에 2,000~3,000개가 들어가고 있고, 구로 기관사들이 희생해서 채우던 빈자리를 본사에서 채우고 있다. 투쟁을 선언하자마자 사측은 3개월 동안 12명을 임시로 파견하겠다며 협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3개월 파견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기에 구로 기관사들은 투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구로 기관사 대부분이 투쟁에 적극 참여해 실제 노동자의 힘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한 기관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저는 처음에 투쟁에 반대했어요. 기관사들이 투쟁하면 운전실에서 혼자 싸워야 하거든요. 그리고 열차가 늦어지면 자기도 쉬는 시간에 못 쉬어요. 열차에 내려서 급히 밥만 먹고 다시 열차를 타러 가는 경우도 있어요. 이렇듯 투쟁하는 게 기관사 한 명 한 명에게는 부담이기 때문에 처음에 반대했던 건데, 모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사측을 압박하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 걸 보니 솔직히 감동입니다.”
차량, 역무, 열차 등 구로의 다른 직종 노동자들도 구로 기관사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고 있다. 1호선 열차를 같이 운전하는 성북승무, 병점승무 기관사들도 11일부터 구로승무 투쟁에 연대하기 위해 안전운행투쟁에 동참하기로 했다. 철도 노동자들의 연대의식과 단결력은 살아 있다.
인력 부족, 노후한 시설과 안전 문제 등은 비단 구로 기관사들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업소의 기관사들, 다른 직종의 철도 노동자들, 더 나아가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임금·복지는 물론 인력까지 감축하려 하고, 민영화 기회까지 호시탐탐 엿보고 있는 지금 노동자들의 투쟁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투쟁에 나선 구로 기관사들은 문제를 해결할 힘이 노동자들에게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다.
2022년 10월 10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