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행신 KTX 정비기지
 

철도 행신 현장신문 123호


  • 2025-07-31
  • 149 회

행신 123호001.jpg

행신 123호002.jpg

 

오늘 배포한 철도 행신 KTX 정비기지 현장신문 <노동자투쟁> 123호입니다.


2면


■ 한국 최대의 한증막, 검수고


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이럴 때 검수고에서 일하는 건 정말 고역이다. 차가 들어오면 KTX의 에어컨 실외기 열기 때문에 푹푹 찐다. 환풍도 잘 안 된다. 이런 한증막 같은 곳에서 계속 일하면 누군가는 쓰러질 수 있다.

터널의 제트팬, 산업현장의 전기집진기, 이동형 에어컨 등 기술이 없는 게 아니다. 돈도 없는 게 아니다. 살상용 무기 등 국방 예산에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는가? 사람 죽이는 데가 아니라 노동자 살리는 데 돈을 많이 써야 한다. 


■ 구로역 사고 책임 전가를 규탄한다


정석현, 윤원모 동지가 꽃다운 목숨을 잃은 2024년 8월 구로역 사고에 대해 항철위(항공철도사고조사위)가 작업자 개인 과실로 몰아가는 초동 보고서를 냈다. 이에 분노해 7월 21일, 철도노조 조합원 300여 명과 유족이 세종시 항철위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그동안 항철위는 코레일 사측과만 의견을 주고받았을 뿐, 유족과 노조는 조사 과정에서 배제해 왔다. 따라서 조사 과정과 결과 모두 전혀 신뢰할 수 없다. 진상을 정확히 밝히고, 책임자를 모두 처벌해야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 여기 ‘의사’ 흉내 내는 관리자가 있다


며칠 전, 구로승무사업소 관리자가 새벽에 응급실까지 다녀온 기관사에게 병가를 쓸 수 없다며 출근을 강요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연간 누적 6일 이하, 연속 3일 이하의 병가는 별도의 증빙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단협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사측엔 병가를 ‘승인’할 권한이 없다. 물론 저들에겐 ‘의사 면허’도 없었다!

병가를 마음대로 통제하려 들더니 이제는 노동자의 몸 상태까지 제멋대로 판단하겠다는 건가? 이런 사측의 오만함이 직종을 넘어 여러 철도노동자들의 분노를 부르고 있다.


■ 결정하는 사람 따로, 쓰는 사람 따로?


새로 지급된 코레일테크의 안전화는 작년 제품과 사이즈도 다르고 바닥은 더 미끄럽다. 작업복 역시 지급될 때마다 치수가 들쭉날쭉하다. 매번 피복 업체가 바뀌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피복을 실제로 신고 입는 노동자가 아닌,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사무실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서도 허울뿐인 테크 '대표노조'는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가?


■ 냉방 시스템은 어디에?


이렇게 한증막 같은 검수고 안에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우리 청소노동자들은 얼음물이나 쿨 목토시 같은 냉방 물품을 직접 챙기고 있다. 

그런데 최첨단 기지라면서, 왜 우리가 폭염에 쓰러지지 않기 위한 ‘생존 물품’을 직접 마련해야 하는가?


■ 부산은 대청소를 두 달 동안 안 한다는데...


폭염이 너무 심해 여기 행신 기지에선 KTX 대청소를 한 달 동안 안 하기로 했다. 그런데 부산에선 KTX 대청소를 두 달 동안 안 한다고 한다. 

왜 그럴까? 평소에 부산이 여기보다 대청소를 하루 더 하는데, 승객이 많은 여름에 대청소를 하면 차량 운행에 그만큼 지장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이런 세부 조건이 어떻게 다르든, 부산이나 행신이나 폭염 때 대청소하는 건 고역 중의 고역이다. 폭염이 길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 행신에서도 폭염 때 대청소하다 쓰러지지 않도록 대청소 안 하는 기간을 늘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 이제 우리도 코레일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을까?


노란봉투법이 8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테크를 비롯한 여러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들도 코레일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을까? 

20년 일해도 최저임금, 코레일 정규직 역무원과 똑같이 일해도 월급은 절반, “일 시킬 땐 철도의 얼굴, 월급 줄 땐 철도의 알바” 신세, 코레일 정규직보다 더 힘들고 험한 일을 하며 하나뿐인 몸이 망가지는 처지를 바꿀 수 있을까? 

그럴싸한 법조항도 노동자에게 힘이 없다면 공문구일 뿐이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