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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행신 KTX 정비기지
 

철도 행신 현장신문 8호


  • 2025-03-14
  • 1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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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도 꺾고 동료간 유대도 꺾는 임금피크제

이번에 정년을 2년 앞둔 62년생 선배들이 임금피크제 대상이 됐다. 대학 등록금도 비싸고, 졸업해도 취업문이 꽁꽁 얼어붙어 캥거루처럼 자녀들을 계속 돌봐야 하는데 임금이 반 토막 났다.

3일 정도만 출근하니, 선배들과 후배들이 함께 일할 시간도 그만큼 줄어들어 선후배 간 유대도 약해진다.

정부는 청년에게 일자리 주려고 임피제 도입한다고 했다. 그러나 임피제로 고통받는 선배들은 많지만 임피제 덕분에 고용된 청년은 드물고, 실업청년은 넘쳐난다.

선배 임금도 꺾고, 선후배 유대도 꺾고, 구직 청년의 희망도 꺾는 임피제는 대체 누굴 위한 건가? 기업 인건비 절감을 위한 정부의 선물 아닌가?

 

철도노동자의 다리는 모두 소중하다

7일 오후 346분쯤 영주차량사업소에서 열차 유도 업무를 하던 어느 전호원이(62) 열차 바퀴에 오른쪽 발이 깔려 다리 절단 수술을 받았다. 아직 사고 경위를 정확히 알 순 없다. 그러나 다음은 알 수 있다. 이 노동자는 철도 역장 출신의 코레일로지스 소속 노동자다. 원래 전호 업무도 철도 정규직이 담당했지만, 역대 정부가 인건비 절감을 내세워 외주화했다. 그리고 그동안 숱한 사례가 보여줬듯 외주화는 사고 위험을 높인다.

코레일 사측과 철도경찰은 작업자 부주의에 초점을 맞추려 할 것이다. 그러나 외주화와 인건비 절감 정책, 인력부족 등 구조적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철도 관제권을 왜 이관하려 하나?

변창흠 신임 국토부 장관은 취임 과정에서 코레일이 맡고 있는 철도 관제권을 국가나 시설공단으로 이관하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안전을 내세우지만 속내는 철도 민영화 발판 놓기. 2013년 국토부 용역보고서는 철도공사와 민간업체의 공정한 경쟁운운하며 관제권 이관을 주장했다. 관제권은 열차운행 계획, 선로 배분 등 철도 운영을 주관하는 핵심기능이다. 관제권을 이관하면 열차 차량이나 선로 등에 문제가 생길 때, 중앙과 현장의 관제 기능이 이원화되고 정보 교환과 통신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어 사고 위험이 커진다. 안전내세우며 안전을 위협하는 건 위험천만한 기만이다!

 

다리를 찢거나 한참 걷거나?

정비고의 일부 선로에 있는 피트 쪽 사다리 대부분은 기차 승강문이랑 위치가 안 맞는다. 18량짜리 KTX 길이는 388m. KTX 청소하기도 빠듯한데 승강문 위치랑 맞는 사다리를 이용하려면 한참 걸어가야 한다.

만약 기차 승강문이랑 어긋나 있는 피트 사다리를 이용하면 다리 찢어가며 기차 승강문으로 발을 뻗어야 들어갈 수 있다. 자칫하면 떨어질 수 있어 위험하다.

관리자에게 개선해달라고 여러 번 요구해도 듣질 않는다. 결국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고, 근로감독관이 현장 실사 나온 후에야 개선해 주겠다고 한다. 원하청 사측 그 누구도 일터를 안 바꿔준다면 우리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인사도 없이 후다닥 나간 소장

지난달, 환경사업소 소장이 인사도 없이 퇴사했다. 예전 소장은 3개월도 못 채웠고, 이번 소장은 16개월 만에 관뒀다. 현재 소장은 몇 주째 공석이다. 그런데 업무엔 아무 지장 없다.

? 그동안 소장들이 현장에서 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전교육은 대충 하고, 현장의 위험요소를 해결하라고 요구해도 나서지 않았다. 그저 몸 사리기 바빴다. 그래서 소장에 대한 불만이 계속 터져 나왔고, 결국 그는 쫓겨나듯 사라졌다.

있을 때도 존재감 없던 소장이었기에 갈 때도 존재감 없이 사라졌다.

 

휴가도 맘대로 쓸 수 없다

KTX 청소 노동자들은 휴가 날짜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한다. 대청소가 있는 요일에는 휴가를 쓰지 마라, 한 주에 두 명 이상 휴가를 쓰지 마라, 간섭이 많다.

내가 휴가 쓰면 남은 동료들은 두 배로 바쁘다. 한 명만 자리를 비워도 그 자리를 대신할 인력이 없으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모든 인원이 출근한 날에도 업무량이 많아서 시간에 쫓기는데, 휴가 나간 사람의 일까지 더한 날에는 초주검이 된다.

인력을 충원하거나, 아니면 사무실 인력이나 관리자들이 휴가자 업무를 맡아 주기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언제까지 우리가 미안해하며 휴가를 써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