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형적인 4조 2교대 – 24시간 연속근무 웬 말이냐?
4조 2교대 도입 취지는 노동시간 단축이었다. 그런데 인력 충원 없이 시범실시만 하다 보니 인원이 모자라서 대체근무를 자주 서야 한다. 의무는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대체근무를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마냥 안 하겠다고 할 수도 없다. 심지어 야간 마치고 바로 주간을 시작해서 24시간 연속 근무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덜 힘들게 일하자고 4조 2교대를 요구한 것인데, 사측이 꼼수를 부려 이렇게 일손이 모자란다. 은근슬쩍 지금 같은 형태로 이상한 4조 2교대를 정착시킬 셈이냐?
■ 인수인계는 기본이다
후임자가 올 때 인수인계 과정을 철저히 밟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고양차량을 비롯해 코레일에서 이런 기본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정년퇴직자가 12월 31일 떠난 다음 신입사원이 1월 1일 들어왔다. 정년퇴직자들은 수십 년간 일하며 쌓은 현장업무 노하우들을 후임자에게 정확히 알려줄 길이 없다. 신입사원들은 그런 노하우를 어디서 배워야 하나? 책에서? 다른 고참노동자가 자기 일도 하면서 신입사원들을 가르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인수인계 기간을 1-3개월 정도 두면 모든 노동자에게 좋다. 그런데 정부와 코레일 사측이 ‘이윤 논리’로 정원 TO와 인건비를 통제하니, 모든 노동자가 고생한다.
■ SRT는 키우고, 코레일 노동자는 때리고?
민주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SRT가 올해 안에 전라선에 운행될 수도 있다. 12월 16일 국토부 심의위는 앞으로 SRT가 삼성역까지 연결되고,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노선을 따라 의정부까지 달릴 수 있게 했다. 철도 연결을 확대해 서울 동북권과 전라권역 주민들의 교통이 편리해지는 건 좋다.
문제는 정부가 SRT와 코레일의 분리와 경쟁체제를 고착화해 해마다 559억 원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SRT는 흑자인데 코레일은 왜 적자냐?”, “적자 해소해야 하니 임금인상과 인력충원 자제하라”며 더욱 압박할 것이라는 점이다.
불합리한 철도 경쟁체제, 박근혜 정부가 씨 뿌리고 문재인 정부가 다지고 있다. 그놈이 그놈이다.
■ 작업도구 수리비를 왜 우리가 부담해?
인력은 부족한데 업무량은 계속 늘어 이제는 자전거 없으면 제시간에 KTX 청소를 끝낼 수 없다. 자전거는 청소 업무에 필요하므로 작업도구다. 그런데 작업도구인 자전거를 구매하고, 펑크 난 바퀴 고치는 걸 왜 우리 돈으로 해야 하나? 자전거 사는 데 약 40만 원, 펑크 난 타이어 튜브 교체하는 데 1만 5천 원이다. 현장에 널린 쇠붙이, 유리조각 때문에 펑크도 자주 나서 수리비가 계속 나간다.
최저임금 받는 우리가 왜 작업도구 수리비까지 부담해야 하나?
■ 우리가 자전거 안 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럼 자전거 타지 말든지...” 사측은 종종 이런 말 같지 않은 말로 우리 속이 터지게 한다. 그런데 사측 말대로 우리가 자전거 안 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난리 날 거다. 평소 하던 일을 절반도 못할 거다. 우리도 우리 돈 써가며 위험하게 자전거 타고 싶지 않고, 안전하게 걸어다니고 싶다. 그런데도 우리가 자전거 타는 건 청소를 제시간에 깨끗이 끝내서 우리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자전거 타지 말든지…”라고? 그럼 KTX가 쓰레기장처럼 지저분해도 괜찮다는 거냐?그러고도 사측한테 ‘고객서비스’ 운운할 자격이 있나?
■ 고양차량 환경노동자들이 뿌린 연대의 씨앗
코레일 네트웍스 노동자들의 파업은 정부 가이드라인 때문에 임금인상이 억제되고 있는 철도 현장의 수많은 노동자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네트웍스 노동자들이 외쳤던 ‘평생 최저임금 박살내자’, ‘투쟁으로 생활임금 쟁취하자’는 구호는 고양차량 환경노동자들의 목소리이기도 했다. “네트웍스도 테크도 모두 철도 자회사고 우린 같은 처지다. 네트웍스 파업은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런 정신으로 고양차량 환경노동자들이 네트웍스 노동자들에게 파업기금 100만 원을 전달했다. 철도에서 연대의 씨앗은 이미 뿌려졌다. 철도노동자는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