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월급 200에 월세 50, 이게 말이 돼?
철도공사에서 대전역 인근에 300실 규모의 독신자 숙소를 짓는다고 한다. 주거 문제로 머리 아픈 철도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낸 결과일 것이다.
행신역 부근도 최근 몇 년 집값이 많이 올라 주거비부담이 더 커졌다. 특히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청년노동자들은 초임은 겨우 200만 원 정도인데, 월세가 4~50만 원으로 터무니없이 비싸 갑갑할 수밖에 없다.
비연고지로 온 게 잘못? 공기업 정규직 일자리가 너무 적어 비연고지에도 응시한 거 아닌가? 월급은 공기업 꼴찌 수준, 월세는 도둑놈 수준, 임금은 동결 수준, 이걸 언제까지 청년노동자들이 계속 감당해야 하나?
■ 앙꼬 없는 찐빵
예정대로 23~24일 고양차량 기지 곳곳에서 공공기관 안전활동 수준평가를 했다. 여기에 대비하려고 현장을 깨끗이 ‘청소’했다. 작업하다가 힘들 때 잠깐 쉴 수 있는 공간도, 담배 한 대 필 수 있는 옥외 공간도 깨끗하게 치워버렸다. 불편했지만 평가를 열심히 준비했다.
그런데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전문가 도움 받아 점검했으니 좀 더 나아지겠지. 그런데 인력이 부족해 정비든 청소든 과로하면, 특히 심야에 피곤하게 일하면 안전사고가 나기 쉬운데 왜 이건 외면하지?인력 충원 없는 안전 강조는 앙꼬 없는 찐빵, 김빠진 콜라 아닐까?
■ 지하철의 오늘은 코레일의 내일
철도통합 국민청원이 9만을 넘겼다. 고양차량에서도 많이 참여했다. 가족, 친지, 친구들에게도 동참하라고 안내했다. 철도통합은 여수, 창원 등 600만 지역 주민의 편의를 늘리는 문제이기만 한 건 아니다. 노동자의 고용과 임금복지를 지키는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서울교통공사를 보라. 적자라고 1,971명을 구조조정하고 임금을 동결하려 하자, 9월 14일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지하철의 오늘은 코레일의 내일일 수 있다. 철도노동자들이 국민청원 운동을 크게 벌이는 건 철도 쪼개기와 민영화에 책임을 묻고, 닥쳐올 공격에 맞서 노동자의 힘을 모으는 과정이다.
■ 철도 쪼갠 뒤 누가 웃고 있는가?
코레일은 산간벽지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2016년에 1,539억 원 흑자를 냈다. 그러나 알짜 노선을 주식회사 SR에 떼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총 1조 9,400억 원 적자를 냈다. 반면 같은 기간 SR은 968억 원 흑자를 냈다.
코레일 사측은 적자라며 임금 인상도 인력 충원도 못해준다고 한다. 반면 SR 지분의 59%를 나눠 갖고 있는 사학연금, 기업은행, 산업은행은 8년 동안 최소 869억 원의 수익을 보장받기로 했다. 철도를 쪼갠 국토부 관료들은 SR 사장과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자리를 꿰찼다. 철도 운영을 위해 밤낮없이 고생한 건 노동자들인데 이득은 철도를 망치는 자들이 가져가고 있다.
■ 생수는 선착순?
검수고 냉장고에 생수가 너무 부족하다. 날씨도 덥고 차량 열기 가득한 검수고에서 일하다 보면 땀을 많이 흘려 다들 물을 많이 먹는다. 검수고엔 일하는 사람이 많으니 오전에 넣어둔 생수가 금방 동난다. 그래서 오후에 가면 생수가 없다.
주말엔 생수 넣어주는 사람이 없는지 냉장고가 텅 비어 있다. 노동자들은 주말에도 일하는데 말이다. 목이 자주 마른 노동자들이 선착순으로 생수를 먹고 있다.
■ 철도 노동자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 <언더그라운드>
철도 노동자들의 현장을 기록한 영화 <언더그라운드>가 8월 19일 재개봉했다. 영화는 정비 노동자, 철로 관리 노동자, 환경 노동자, 기관사 등 열차가 움직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 하는 철도 노동자들의 삶을 그리고 있다.
철도 노동자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현장의 모습들을 섬세하게 담은 것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열차를 내보내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영화 속 노동자들의 모습이 고양차량 노동자들과 닮았다.
철도 노동자들은 영화 속에서만 주인공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