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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행신 KTX 정비기지
 

철도 행신 현장신문 82호


  • 2025-03-30
  • 2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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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봉제 없애고 직무급제로 바꾸겠다고?

1229, 철도노조가 직무급 설문조사 거부지침을 내렸다. 사측이 설문조사를 구실로 직무급제를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11월에 구로 관제센터 관제부, 전기운용부 노동자들에게 직무급제 선호 설문조사를 한 다음 1월 초부터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고 전격 선포했다. 성과연봉제의 변형인 직무급제는 부서별·개인별로 노동자들을 분열시킨다. 호봉제를 없애 해가 가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다. 성과를 내라고 압박할 것이며, 결국엔 성과를 못 냈다고 쉽게 해고하려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호봉제 폐지, 직무급제 도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정신 바짝 차리고 단결하지 않으면 평생 저임금의 굴레를 쓸 수 있다.

 

차량정비 민영화 그리고 입찰비리

지난 4, 에스알은 현대로템에 차세대 고속열차 제작(5,255)과 차량정비 업무(4,750)를 위탁했다. 그동안 코레일이 해오던 차량정비 업무를 민간회사에 넘긴 민영화다. 그런데 에스알이 현대로템과 우진산전 중 사업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입찰비리 혐의가 드러나 경찰이 수사 중이다.

비리가 이젠 새롭지도 않다. 작년에도, 코레일과 서교공이 2013~2019년 발주한 11건의 입찰에서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이 담합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드러나지 않은 비리까지 합하면 더 많을 것이다. 정부는 철도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비리 상습범들에게 철도 업무를 팔아넘기고 있다.

 

혈세 20억을 누가 낭비했나?

국토부가 20억을 들여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연구를 맡겼다. 그 결과 유지보수와 관제는 코레일로, 건설과 개량은 철도공단으로 위탁된 시설관리의 파편화가 철도사고의 근본원인이란다. 그래서(?) 유지보수와 관제를 코레일에서 떼어내 철도공단 등으로 넘겨야 한단다.

시설관리 파편화를 막으려면, 과거 철도청 시절처럼 운영과 시설을 통합하면 된다. 철도를 운영과 시설로 쪼개고, SR 등을 만들어 운영사도 쪼개고, 유지보수도 또 쪼개겠다고 누가 20억을 낭비했나? 재벌 살찌우는 민영화에만 혈안이고, 철도안전에는 눈곱만큼도 관심 없는 자들!

 

이윤 논리로 운영하는 철도는 참사를 낳는다

아르헨티나 철도는 1993년부터 민영화됐다. 철도운영에 뛰어든 민간사업자들은 적자 핑계를 대며 철도노동자 인원을 1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 시설 투자엔 소극적이었다. 안전을 가볍게 여기니 참사가 이어졌다. 200839일 건널목 신호기 오작동으로 버스와 충돌(17명 사망, 60명 부상), 2011913일 건널목 신호기 오작동으로 버스와 충돌(11명 사망, 200명 부상), 2012222일 브레이크 오작동으로 종착역 옹벽에 충돌(51명 사망, 700명 부상) ... 이렇게 대형사고가 반복되자 2015년 다시 국영철도회사를 만들어 재국유화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우리 머리 위에 총을?

1226, 국토부가 운전실 감시카메라 연구용역 중간보고를 했다. 그 내용이 가관이다! 기관사들이나 노조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해외 사례도 자기 입맛에 맞는 것만 연구했다. 인적 오류를 막기 위해 시스템을 개선하려 하지 않고, 기관사한테 책임만 덮어씌우려 하고 있다. 식사나 생리 문제까지 해결하는 운전실에 감시카메라를 다는 건 명백한 인권침해다. 스트레스를 유발해 사고 확률도 높아진다. 어느 기관사는 감시카메라가 마치 머리를 겨누는 총 같다고 했다. 정부가 이런 을 작동시키려 한다면,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막고 싶어질 수 있다!

 

스무살 KTX를 길러온 사람들

올해 KTX가 스무살이 된다. 코레일 사측은 ‘KTX 20년의 가치, 100년의 행복이란 멋드러진 슬로건도 내걸었다. 청소노동자들은 2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KTX 객실 쓰레기를 치우고, 시트커버를 갈고, 외벽을 닦고, 화장실 오물까지 치우며 KTX를 깨끗하게 새단장시켰다. 역사나 건물을 청소하고 열심히 제초한 노동자들도 있고, 가장 힘들고 위험한 정비 업무를 맡아온 노동자들도 있다. ‘KTX 20년의 가치를 이들도 함께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20년 내내 최저임금의 굴레에 갇혀 있었다. 100년의 행복? 인력은 부족한데 일은 많아 골병들었는데, 100세까지 산다 해도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4인 근무는 당연한 게 아니다!

현재 비품 노동자들은 거의 모든 근무를 4인이 하고 있다. 이건 테크 사측이 휴일수당과 연차수당 대신 대체휴가와 연차 사용을 강요해 뻔히 예상됐다. 심지어 사측은 벌써 몇 달째 비품 대체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 예전에 비품 노동자들은 주간에는 5인이 근무했다. 야간에는 대체인력까지 포함해 6인이 근무했다. 그런데 6인이 하던 걸 지금은 4인이 하고 있으니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과로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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