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행신 KTX 정비기지
 

철도 행신 현장신문 69호


  • 2025-03-28
  • 186 회

69001.png

 

69002.png

 

공문구

비가 많이 오면 검수고 안에도 물이 샌다. 그래서 바닥이 미끄럽고 그만큼 사고 위험이 더 커진다. 코레일 사측과 테크 사측은 모두 이럴 땐 자전거를 타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일을 줄여주거나 인원을 늘려주진 않아서,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일을 제때 끝낼 수가 없다.

결국 저들이 자전거를 타지 말라고 한 말은 현실성 없는 공문구라는 걸, 모두가 다 알고 있다.

 

20년 전 철도 구조 개악에 맞선 6.28 파업

20년 전인 03628일 새벽 4, 철도노동자들은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무현 정부가 철도민영화는 철회하고 이후 철도구조개혁은 철도노조 등과 충분히 논의해 결정한다4.20 합의를 위반한 채 운영과 시설의 상하 분리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이 파업으로 조합원 7천 명이 징계받았다. 이런 희생으로 시설유지보수는 철도공사에 위탁한다는 철산법 단서 조항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금 이 조항이 위협받고 있다. 강산이 두 번 바뀌고, 정권이 네 번 바뀌었지만 투쟁은 계속된다!

 

철도 경쟁 다다익선 아닌 다다익악

철도공단 이사장 김한영은 국토부 관료 시절 SR 분리를 주도했다. 지금도 영국은 33, 독일은 400, 일본은 120개의 철도 운영회사가 서로 경쟁하고 있다. 2, 3SR 설립이 꼭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관제와 유지·보수도 철도공단이 가져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경쟁 체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의 모델인 영국에선 1999년 열차 충돌 사고로 31명이 사망하는 등, 민영화 이후 사고가 더 잦아졌다. 주된 이유는 민간 철도사가 비용을 아끼려고 안전 투자에 인색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철도 경쟁은 철도 노동자와 승객의 안전을 더 많이 위협한다. 다다익선이 아니라 다다익이다.

안전모는 만능이 아니다

테크 사측은 무슨 사고만 나면 안전모가 만능 대책인 것처럼 안전모 제대로 쓰고 다니라고 한다. 그런데 안전모는 사고 났을 때 피해를 줄이는 사후 대책이지, 사고를 막는 예방책이 아니다.

안전모가 필요하다는 건 모두가 다 안다. 하지만 부족한 인원, 위험한 작업환경은 그대로 방치해둔 채 안전모 착용만 강조하는 건, 사고를 예방하는 게 아니라 사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탁상공론

물론, 검수고는 고철이 많으므로 이동할 때 안전모는 필요하다. 하지만 작업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안전모를 쓰는 게 정말 맞나?

예를 들어, 객차 내부를 청소할 때도 안전모가 반드시 필요할까? 내부 청소할 때도 무거운 안전모를 계속 쓰면 시야도 가리고 목과 머리가 너무 아프진 않은가? 좀 더 가볍고 시야를 가리지 않는 안전모로 개선할 수는 없나?

중요한 건, 안전모 쓰고 일하는 노동자들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은 채, 안전모를 안 쓰는 사람들이 모든 걸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비합리적인가?

 

누가 주 6일 근무를 원할까?

619일에 테크 기간제 채용공고가 떴다. 고양기지 차량환경에서 1231일까지 근무할 일근 3(사원 1, 대체인력 2)을 모집한단다.

그런데 주 5일 시대에 누가 주 6일 근무를 원할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주 6일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일은 힘들고 고용은 불안정한데 연말까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채용 권한을 가진 테크 사측과 정부 관료들이 현장 노동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루 4만 보

뱃살 빼려고 4만 보 걷는 건 축복일 수 있다. 하지만 일 때문에 4만 보 걷는 건 고역이다. 1개월 알바 노동자는 안전을 위해 첫째 주엔 자전거 안 준다는 얘길 들었다. 그런데 1주일이 지났는데도 요새 사고가 많이 난다며 자전거를 계속 안 주겠다고 했단다. 그래서 자전거 없으면 하루에 35천 보에서 4만 보까지 걸어야 해 너무 힘드니까, 죽겠다고 했더니 알바 4명에게 자전거를 2대만 줬단다.

4만 보 걸어 다리가 힘들면 의자 돌리는 것도 어렵고, 식판에도 더 잘 부딪힌다. 안전을 위해 자전거 안 준다는데, 일은 많이 줘서 몸이 고되고 사고는 더 잘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