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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행신 KTX 정비기지
 

철도 행신 현장신문 97호


  • 2025-03-30
  • 2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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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룰

올해 경평에서 직원이 32,115명인 코레일은 D등급(미흡)을 받았지만, 720명인 해양환경공단은 B등급(양호)을 받았다. 결과가 왜 이럴까?

경평에서 중요한 건 안전관리와 재무구조다. 철도 업무는 사고 위험이 높고 직원도 많아 사고 발생도 많을 수밖에 없다. 적자는 공익서비스 비용 보전(PSO)을 정부가 제대로 하지 않고, 고속철 흑자 노선을 SR에 넘기는 등 정부 정책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이런 차이를 고려치 않고 일률적으로 평가한다. 평가자는? 정부 입맛에 맞는 위원들이다! 정부는 이런 기만적 평가로 32천여 명의 임금을 깎았다!

불공정한 룰에서 공정한 결과가 나올 순 없다! 불공정한 룰 자체를 깨야 한다.

 

폭염 때 쉴 권리

장마가 끝나고 이제 폭염과 열대야가 길게 기승을 부릴 것 같다. 이런 날씨에 일하다가 쓰러지지 않도록 노동자들이 물, 그늘, 휴식의 권리를 계속해서 그리고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폭염주의보(체감온도 33도 이상) 때는 매시간 10분씩 그늘(휴식공간)에서 쉬도록 하고, 고령자 등에겐 휴식시간을 늘려 주며, 무더위 시간대(14~17)엔 옥외작업을 줄이라는 등의 노동부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가 있다. 이런 가이드도 노동자들이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공문구일 뿐이다. 노동자들이 뭉치면 노동부 가이드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쟁취할 수 있다.

 

철도, 지하철 정비 노동자의 혈액암 사례들

열차 정비 노동자 중에서 혈액암 환자가 대거 발견됐다. 철도에서 6, 서울지하철에서 7, 부산지하철에서 1. 퇴직자, 비정규직, 비조합원은 조사대상이 아니었다. 조합원 중에서도 전수조사가 아니었기에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이다. 지금 발병하지 않은 이들 가운데서도 잠재적 위험군이 있을 것이다.

과거 삼성전자 백혈병이 이슈가 됐을 때도 삼성은 산재가 아니라 우연의 일치라고, 책임질 게 없다고 주장했다. 수천 명 중에서 몇 명 걸리는 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나 혈액암은 이미 면역력이 약해진 70, 80대 노인한테 주로 나타나지 매일 출근하는 건강한 노동자한테는 이렇게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 언제든 희귀병에 걸릴 수 있다는 불안을 안고서 일해야 하는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검수선에서 청소선으로 자전거 타고 이동하는 경로 위에 지붕을 만들면 어떨까? 지붕이 있다면 비와 눈을 피할 수 있어 우비나 우산 없이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바닥도 덜 미끄럽고 뙤약볕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마다 발생하던 자전거 미끄러짐 사고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정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일터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야금야금 갉아먹기?

작년만 해도 휴일수당 대체(보상)휴가 사용기한이 1년이었는데, 올해부터 갑자기 사용기한이 확 짧아졌다. 5월에 있던 3개 공휴일에 모두 근무한 사람은 4.5일의 대체휴가가 생겼는데, 테크 사측은 이걸 7월까지 다 쓰라고 한다. 게다가 1일 단위로만 쓰고 0.5일은 못 쓰게 해 별도로 연차 0.5일을 붙여야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제한을 늘려 대체휴가와 연차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려 한다.

그러나 대체휴가는 휴일수당 대신 부여하는 것이므로 만약 사용기한 내에 다 못 썼다면 남은 대체휴가는 없어지는 게 아니라 임금으로 돌려줘야 한다. 사측이 우리 임금과 대체휴가, 연차를 멋대로 갉아먹도록 놔둬선 안 된다!

 

연신내역에 이어 삼각지역에서도

69일 연신내역 전기실에서 작업하던 서울교통공사 노동자가 감전돼 사망했다. 이 사고는 부실한 안전관리, 안전 매뉴얼을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인원 부족, 현장 여건은 고려하지 않는 상명하복식 조직문화 등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그러나 서교공 사측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대형로펌을 선임해 사고 책임을 작업자 부주의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한 달여 만에 삼각지역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또 감전돼 사망했다.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고 해결할 때만 사고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