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또 다른 죽음을 막겠다
지난해 8월 9일 구로역 사고로 꽃다운 목숨을 잃은 정석현, 윤원모 동지를 기억하는가? 두 동지의 추모비 제막식이 3월 7일(금) 오후 2시에 철도공사 수도권서부본부 화단 앞에서 열린다. 두 동지를 우리 가슴에 깊이 묻고, 죽거나 다치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또 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다시 다짐할 때다.
■ 단 한 명의 목숨도 잃어선 안 된다
구로역 참사가 일어난 지 6개월 만에 모터카 사고가 또 일어났다. 이번에는 삼척에서 30대 초반의 철도 노동자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야간에 선로 위에서 모터카 아래쪽을 점검하던 중 차량이 갑자기 움직여 끼임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작년 한 해만 철도, 지하철에서 노동자 6명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여름엔 차량 정비 노동자들의 혈액암 사례가 대대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윤과 효율이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시하는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 인력감축과 과로는 사고 부른다
하루 평균 11.8시간 근무. 제주항공 인천‧김포 정비사들은 이렇게 장시간 일했다. 사측이 정비사는 코로나 이전 540명에서 지난해 226명으로 대폭 줄인 반면, 항공기는 무리하게 운항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동강도가 높은 3조 2교대로 근무하게 했으며,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2주 단위로 운영했다.
17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이 아직 정확히 밝혀진 건 아니다. 하지만 인력감축과 과로 → 정비 불량 → 사고 위험 증가는 6+2=8 같은 필연적인 법칙이다.
■ 대구지하철 참사 22주기
2003년 2월 18일, 대구지하철 참사로 192명이 사망했다. 참사의 일차적인 원인은 한 개인의 방화였지만, 대형참사로 이어진 핵심 원인은 대구지하철공사의 ‘비용 절감’이었다. 공사는 비용을 줄이려고 턱없이 싼 가격에 객차 제작을 맡겼다. 그 결과 내장재가 불이 잘 붙는 값싼 소재였기에 화재가 삽시간에 번졌다. 98년 구조조정 이후, 차장 없이 기관사 혼자 위급상황 대처, 승객대피, 사령 교신 등을 모두 도맡아야 했던 것도 문제였다.
이처럼 참사의 가장 큰 책임은 공사에 있었다. 그러나 처벌은 기관사, 관제사 등 현장 근무자에게만 집중됐고 회사 책임자는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그 결과 이후에도 세월호, 이태원, 제주항공 등 대형참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비극의 재발을 막으려면 사회의 우선순위를 바꾸는 투쟁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은 스스로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차별 해소를 위한 한 걸음
작년 하반기부터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들도 강원도 양양에 있는 낙산연수원을 복지몰을 통해 편하게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전국철도노조 자회사 지부들의 공동투쟁으로 얻어낸 성과다.
물론 아직 다른 연수원들은 자회사 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집단적으로 우리 목소리를 내야만 차별 해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할 수 있다.
■ 그러나 여행은 언감생심?
하지만 여행을 가려면 무엇보다도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 물가는 몇 년째 빠르게 오르는데 임금은 제자리고, 적은 인원으로 바쁘게 KTX 청소하느라 집 가면 지친 몸을 누이고 쉬기 바쁘다. 여행 한 번 가기가 참 쉽지 않다.
■ 테크 신임 사장의 ‘종합선물세트’
1월 31일, 코레일테크 신임사장이 취임했다. 취임사에는 좋아 보이는 말을 가득 담았다. 안전 최우선, 선제적 위험관리, 신명나는 일터, 신뢰, 지속가능한 성장 … 이런 건 ‘공문구’ 종합선물세트다. 인력충원 없이 ‘안전’을 외치는 건 사고 나면 작업자 탓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주며 ‘신명나는 일터’를 부르짖는 건, 배가 고파도 열심히 뛰어다니며 일하라는 뜻이다. 귤 하나 줬으니 무한히 신뢰하며 사측의 지속성장을 위해 분투하라고? 에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