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도노동자의 분노와 투쟁의지 보여준 서울역 집회
23일(수), 고양차량지부 조합원들을 비롯해 전국의 철도노동자 4,000여 명이 서울역에 모였다. 연차 이월 등으로 임금을 사실상 동결하려 하고, 4조 2교대 전환 합의를 안 지키며, 서해선을 비롯해 신규 노선을 외주화하고 안전인력을 충원하지 않으며, 운전실 감시카메라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려는 사측과 정부를 모든 발언자가 목소리 높여 규탄했다. 철도노조는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1월 지구별 야간총회를 통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포했다.
■ 고속철 쪼개기 굳히려고 돌려막기 꼼수?
11일 철도기관 국정감사에서 국토부의 꼼수가 들통 났다. 국토부가 고속철 쪼개기를 굳히려고 SR의 전라‧동해‧경전선 등 신규노선을 확대했다. 차량이 부족하자 경부선 수서행 SRT를 빼서 신규노선에 투입했다. 경부선 운행 감소로 SRT 이용객 불편이 커지자, 국토부는 경부선 서울행 KTX를 6회 증편했다. 애당초 SR 차량이 부족한데, 무리하게 노선을 확대했다가 결국 KTX로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그동안 차량이 늘어 정비 노동자와 청소 노동자 모두 힘들었는데, 이런 이유도 있었구나!
■ 기관사만 때려잡으려 하면 사고는 또 난다
최근 국토부는 서울역 추돌 사고가 기관사가 휴대폰 보느라 앞을 제대로 못 봐 발생한 것처럼 보도했다. 해당 기관사는 졸음 때문에 앞을 못 봤다고 얘기한다는데, 아직 조사 중이고 쟁점이 있는데 국토부가 섣부르게 ‘휴대폰 때문’이라고 기정사실화했다. 어떻게든 운전실 감시카메라를 가동하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서울역 사고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같은 선에 두 차를 세우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했는데, 정차 위치를 알려주는 사람도, 안전장치도 없었다. 구내 배선도 미로 같았다. 기관사가 불면증 때문에 1시간밖에 못 잤는데도 출무적합성 검사는 형식적이었다. 이런 구조적 요인은 쏙 빼놓고, 감시카메라로 기관사만 통제하려 하면 사고는 또 난다.
■ 기다리다 목 빠질라
20년엔 8월, 21년엔 9월, 22년엔 10월, 23년엔 11월... 테크 임금 협상 체결이 매년 늦어지고 있다. 올해도 벌써 곧 11월이다. 안 그래도 월급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너무 적고, 올해 물가도 계속 올랐는데, 월급만 2023년에 머물고 있는 건 분통 터지는 일이다. 올해 늘어난 업무는 바로바로 시키면서 말이다.
게다가 여태까지 임금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아무런 소식이 없다. 매년 반복해온 깜깜이 협상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 저들은 계획이라는 걸 갖고 있기는 한 걸까?
이런 와중에 테크 사측은 남아있는 대체휴가와 연차를 빨리 쓰라고 독촉하고 있다. 하지만 빈자리에 인원을 충원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이미 병가자와 퇴직자로 인원이 부족한 마당에 대휴와 연차로 인원이 더 빠지면 어떻게 청소 품질을 유지할 건가? 남은 사람들을 최대한 더 쥐어짜보겠다는 건가? 사측에 한마디만 하자. “우린 이미 충분히 쥐어짜지고 있다! 그만 좀 괴롭혀라!”
■ 일 떠넘기지 마라
작년까지만 해도 대체휴가 사용기한이 1년이었기에 대휴를 신청할 때 언제 발생한 것인지 따로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갑자기 두 달 안에 대휴를 다 쓰라고 하더니, 대휴 쓸 때마다 언제 발생한 것인지도 일일이 적어 내라고 한다. 자기들 멋대로 사용기한을 줄였으면서 왜 대휴 발생일 계산하는 거까지 우리에게 떠넘기나? 이건 사측이 할 일이다!
■ KTX에 시바신이 나타났다
힌두교의 시바신은 팔과 얼굴이 4개씩이고, 눈이 3개다. KTX 환경노동자들은 일은 많고 인원은 적어 여러 일을 한꺼번에 아주 빨리 해치워야 한다. 빠르게 눈을 상하좌우로 돌리면서 구석구석을 다 봐야 한다. 선반도 봐야 하고, 의자 밑도 봐야 하며, 쓰레기도 봐야 한다. 팔걸이가 올려져 있으면 내리고, 햇빛 가리개가 내려져 있으면 올리고, 발 거치대가 내려져 있으면 올려야 하고, 식탁 빼놓은 게 있으면 제자리에 넣어야 한다. 두 손 두 발 다 써서 바쁘게 일하는 환경노동자는 시바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