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동자 잡으려다 사람 목숨 잡았다
2005년 4월 일본 효고 현에서 전동차가 탈선해 기관사 1명, 승객 106명이 사망했다. 곡선구간에서 무리하게 과속해 발생한 참사다. 왜 과속했는가? 열차 시간표보다 일분일초도 늦으면 안 된다는 사측의 강박증 때문이었다.
정시 운행을 못 지키면 깜지 쓰기, 제초작업, 면담 등 굴욕적인 징계를 줬다. 사고 기관사도 이미 세 차례 징계를 받은 적이 있어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억압적인 노동환경은 모두의 안전을 위협한다.
■ 인간은 신이 아니다!
철도 선진국인 스위스는 기관사의 부주의, 오인(착각‧태만‧소홀)을 '인적 오류'라 분류하며 사고 시 징계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인간인 기관사가 운행 시간 내내 초각성 상태를 유지할 수 없으니, 인적 오류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거다. ‘인간은 언제나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고 보고,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철도 선진국의 안전대책이다. 반면, 운전실 감시카메라 설치는 안전시스템엔 투자하지 않고, 기관사 감시‧처벌만 강화하겠다는 매우 후진적인 안전파괴 대책이다.
■ 화장실엔 여유 있게 가면 안 된다?
지난해 안전운행 투쟁에 대해 징계하려 하면서 사측이 우스운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운전하다가 화장실에 갈 순 있다. 하지만 CCTV를 봤더니 여유 있는 걸음으로 가더라.’ 화장실 갈 때 뛰어가거나 종종걸음으로 가란 법칙이 있나? 화장실 갈 때의 걸음 속도를 근거로 징계하는 게 말이 되나? 역에 설치된 CCTV를 이렇게 기관사 감시‧처벌용으로 써도 되나? 이러니 우리가 운전실 감시카메라를 강하게 반대할 수밖에 없지 않나?
■ 무엇을 위한 비판이어야 하는가?
일부 고속조합원이 철도노조와 별도로 기관사들만의 ‘승무조합’을 만들려 한다. 이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다. 감시카메라를 놓고 국토부와 전투하는 중에 대오를 쪼개는 것으로, 적에게만 이롭기 때문이다.
노조 지도부의 정책을 비판할 순 있다. 역대 노조 지도부는 인력과 임금을 억제하는 정부 지침에 불만이 많은 노동자들을 투쟁으로 조직하는 대신, 조금 더 조건이 좋은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했다. 이는 전체 노동자의 투쟁 의지와 단결력을 높이는 데 방해가 됐다.
하지만 비판하더라도 노조의 단결투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해야 하지, 거꾸로 조직을 분열시키려 하면 안 된다. 분열은 사는 길이 아니라 죽는 길이다.
■ 사복 투쟁 지켜내자
코레일네트웍스 사측은 사복 투쟁 중인 현장 노동자들에게 고객만족도 조사를 이유로 정복 착용을 압박하고 강요했다. 사복 투쟁하는 사업 부서의 처장이 징계받는다고 떠들고 다니며 본부장과 처장 등은 현장을 들쑤시고 다녔다. 이에 대해 조합이 항의하자 협조 요청으로 말을 바꿨지만 엄연한 부당노동행위다. 우리가 사복 투쟁하는 이유는 임금은 최악인데 중간착취로 사측의 배만 불리는 현실을 바꿔내기 위해서다.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경영평가를 핑계 대는 사측의 기만과 부당노동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자. 투쟁의 시작과 끝은 노동자가 결정한다.
■ 한국 철도 역사의 시작, 인천역
1899년에 개통한 인천역은 한국 철도 역사의 시작이었다. 인천항으로 들어오는 석탄 등을 서울로 실어 날랐고, 민중의 발이 됐다. 민중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철도는 다시 민중의 피땀을 실어 날라 사회를 발전시켰다. 한국 철도의 시작인 인천역은 노동자민중의 피땀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인천역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역사를 느낄 수 있다. 앞으로 종종 이런 역사도 소개해보려 한다.
■ 열차를 멈춘 프랑스 철도승무원 파업
프랑스 국영철도의 열차 승무원들이 2월 16일부터 18일까지 주말 파업을 했다. 역무, 운전, 시설‧전기 등 다른 직종 노동자들이 지지방문하기도 했다. 최근 2년간 임금인상률은 인플레보다 턱없이 낮았고, 신규채용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인력이 꾸준히 줄었기에 승무원들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커져왔다. 이번 파업은 고속열차와 도시 간 열차의 절반을 멈춰 세워서 철도교통을 크게 마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