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열차와 손닿을 거리
구로기지 이동통로는 선로와 팔 하나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다. 간격이 너무 좁아 펜스도 설치하지 못할 정도다. 눈비가 쏟아져 시야 확보가 안 되면 정말 위험하다. 자칫 열차와 접촉 사고가 날 수 있다. 작년에는 실제로 사고가 날 뻔했다. 이동통로 옆에 잔디밭이 있어 그쪽으로 통로를 옮겨달라고 했지만 예산 부족이란다. 안전보다 중요한 게 있나? 또 사고 한 번 나봐야 옮겨주려나?
 
■ 이번에도 말뿐인가
신입 기관사들이 들어왔을 때 가건물 증축, 외부 공간 마련 이야기가 나왔었다. 가건물 증축은 허가가 안 났다고 하고, 외부 공간 마련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건강관리실을 여자 갱의실로 바꿔서 급한 불은 껐지만, 남자 갱의함 넣을 공간이 아직 부족하다. 방이 부족해서 못 쉰다는 말이 계속 나온다. 휴게공간은 마련해주지 않으면서 휴양관리 잘하라는 말뿐이다. 매번 시끄러울 때만 잠깐 말뿐이다. 우리는 공문구가 아니라 실제로 쉴 곳이 필요하다.
 
■ 물을 못 마시는 이유
기관사가 자는 차량기지 복지관 건물에는 여자화장실이 없다. 화장실 이용하려면 사업소까지 나와야 한다. 구로기지에 들어가는 날이면 화장실 가고 싶을까봐 일 하기 전에 물을 아예 안 마시기도 한다. 정 급하면 위층 휴게실에 딸린 화장실을 사용하지만, 이른 출고가 있는 새벽에는 누군가 자기 때문에 그마저도 이용할 수 없다. 화장실을 참는 것보다 목마른 게 그나마 덜 고통스럽기 때문에 물을 안 마시고 만다. 아니 물을 못 마신다.
 
■ 덥다! 너무 덥다!
월요일 서울 낮 최고기온이 35도였다. 이렇게 더운 날 구형 차를 타면 운전실이 너무 덥다. 객실의 에어컨 바람이 운전실에 들어오도록 구멍을 뚫어놨지만 별 소용이 없다. 객실까지 덥고 승객이 많으면 비상벨이 울리고 민원이 들어온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안내방송을 계속 내보낼 뿐 뾰족한 방법이 없다. 에어컨 빵빵 나오는 청와대, 국회, 언론사에서 우리를 ‘노동 귀족’이라고 매도해 대는 자들은 이런 현실을 조금이라도 알까?
 
■ 더 열악한 일자리
‘선라이즈’라는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4월부터 용산, 신도림, 구로, 부평, 가산 등 12개의 혼잡역에서 고객안내와 질서유지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주간 7~10시, 저녁 17~20시 두 타임을 근무한다. 주간과 야간 근무 사이에 다른 일은 할 수 없기에 사실상 오전 7시부터 20시까지의 시간을 잃는 셈이다(그래서 한 타임만 일하는 사람도 있다). 월급은 두 타임 다 일해도 세금 떼면 14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도 다른 노동자들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런데 더 나쁜 건 임금이 매우 낮으며, 근무 중 휴게시간도 쉴 공간도 없다는 것이다.
 
■ 비상 대응훈련 없는, 비상 대응훈련 평가
철도 사고 및 이례 사항 등에 대한 역무원들의 비상 대응훈련은 안전과 직결된다. 이는 정규직, 자회사 역무원 모두 마찬가지다. 코레일네트웍스도 원청 코레일과 『SLA 평가 지표』상 ‘안전관리’ 항목을 포함해서 협약을 체결하고 평가한다. 그런데 비상 대응훈련이나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고, 훈련 실적을 형식적으로 채우기에 급급하다. 사고 났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교육과 평가가 아니라, 안전한 철도를 만들기 위한 실질적 교육과 평가는 어려운 걸까?
 
■ 철산법 개악이 임박했다
코레일에서 유지보수 업무를 떼어 내기 위한 철도산업법 개악안이 국회 국토교통위 소위원회에서 이달 안에 논의될 듯하다. 이 개악안이 통과되면 운영과 유지보수가 분리돼 철도 안전이 더 위험해지고, 코레일 3만 명 중 유지보수 9,000명을 재배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20년 전 노무현 정부에 맞서 싸워 ‘열차 운영과 유지보수의 분리’를 막았던 철도노동자들이 이제 다시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발의한 철산법 개악에 맞서고 있다.
 
■ 낙제점은 정부가 받아야!
  정부가 코레일에 2년 연속 ‘아주미흡’(E) 등급을 줬다. 잇따른 안전사고와 적자 때문이란다. 그런데 오봉역 사고는 4조 2교대 전환에 필요한 인력 충원을 정부가 거부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한강철교 위에서 1호선 열차가 2시간이나 멈춰 섰던 것은 출입문 개폐기 불량을 즉시 점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인력부족과 연결돼 있다. 코레일 적자는 황금노선을 SR에 넘겨준 다음부터 심각해졌다. 묵묵히 일하는 철도노동자들이 아니라 인력충원 가로막고 철도민영화에 혈안인 정부가 낙제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