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고만 나면 기관사부터 추궁
15일 저녁, 열차가 한강철교 위에서 2시간이나 멈춰 서 있었다. 다리 위에서 멈춘 데다가 퇴근 시간이라 승객도 많았다. 전기가 완전 끊겨서 난방도 안 됐다. 당시 기관사가 신입 기관사라 많이 놀랐을 텐데 사업소는 야근해서 몹시 피곤했을 기관사를 퇴근도 시키지 않고 장시간 추궁했다. 뭐 잘못 만진 거 아니냐는 질문도 했다. 원래 이 차량에 문제가 있어 차량사업소에서 1인이 동승하기도 했다. 이걸 알면서도 왜 기관사를 장시간 추궁하냐? 사고만 나면 기관사부터 잡고 보는 어이없는 행태는 언제 없어질까?
■ 괴로운 시간
한강철교 위에서 열차가 멈추자, 역마다 기다리던 승객들은 화가 났다. 그리고 역무 노동자들은 지연 사유도 전달받지 못한 채 승객들의 항의의 표적이 됐다. 괴로운 시간이었다. 우리를 단순 욕받이로 쓸 생각이 아니라면 좀 더 빠른 정보전달이 필요하지 않을까?
■ 한숨 돌릴 시간이라도
게다가 승객들의 항의에 녹초가 된 뒤에도 한숨 돌릴 시간마저 없다. 정상 복구된 뒤에도 열차 지연으로 막차까지 늦게 들어와 잠도 거의 못 잘 때가 있다. 따라서 승객들의 항의의 표적이 된 날엔 긴장했던 마음을 풀기 위해서라도 한숨 돌릴 시간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 바디캠도 좋지만 무전기는?
바디캠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긴 하다. 그런데 정말 술 취한 사람이나 말이 통하지 않는 이들은 바디캠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래서 사고 난 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바디캠보다, 사고 나기 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무전기가 더 시급하다. 그런데 지금 현장엔 역무원 숫자에 비해 무전기가 부족하다. 곧 신형이 나오니까 참으라고 하는데... 그 곧은 도대체 언제인가? 사고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 업무용 차량 관리는 누가?
시설, 전기 직렬에선 업무용 차량을 꽤 쓴다. 전철 끊긴 심야에 이동할 때, 장비 옮길 때 등등. 그런데 이 차량을 누가 운행할지에 대해 관리자가 지정돼 있지 않다. 중과실로 사고 나면 본인부담금을 개인이 다 부담해야 할 수 있어, 서로 운전을 꺼리게 된다. 심야나 새벽에 운전하는 게 쉽지 않은데 운전 관리자도 정하지 않은 채 현장노동자들한테 부담을 다 넘기는 게 정당한가?
■ ERP로 감시하지 마라!
네트웍스 사측은 ERP(전사적 자원 관리)가 출퇴근 체크하는 유일한 방법이고 이 시스템이 없으면 급여 계산도 못 하는 것처럼 말한다. 원래 출퇴근 체크는 근무상황기록부로 했고, ERP 도입 후에도 계속 사용했다. ERP 사용 전 급여 계산이 항상 틀려 개선을 요구했을 때 ERP 도입하면 바로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급여 계산이 틀린다. 그런데도 사측은 ERP 출퇴근 체크를 폐지하면 큰일 날 것처럼 떠들어댄다. 하지만 실제 목적은 노동자 감시다. 고도의 기술로 노동자 감시하려고만 하는 사측이 괘씸하다.
■ 기승전...철도 민영화?
15일 오후 8시경부터 1호선 열차가 한강철교 위에서 2시간가량 멈춰 승객 500명이 갇혀 있었다. 이런 사고가 최근 잇따르자 국토부에서 민간자문단 100명을 위촉해 철도 안전 현장점검을 한단다. 그런데 철도 유지‧보수, 차량정비에 대한 철도공사 독점을 깨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 국토부 관계자 등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사고만 나면, 이유 불문하고, 무조건 철도 민영화인가?
■ 안전 파괴하는, 국토부의‘안전 대책’
한강철교 위에서 열차가 갑자기 멈춘 건 전기공급장치 고장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런 고장에 대비하지 못한 건 차량정비 횟수가 줄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동안 철도공사는 안전보다 수익성만 중시하며 차량정비 횟수를 줄여 왔다. 차량정비를 민영화하면, 정비 횟수는 더 줄어들고 사고 위험은 더 커질 것이다. 최근 5년간 철도 시설물 하자 7,454건 중 4,043건만 보수가 완료됐다고 한다. 인력이 부족해 2건 중 1건만 보수된 셈이다. 철도인력을 줄이는 건 사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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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구로에서 격주간 현장신문 <노동자투쟁>을 발간한 지 어느덧 1년이 됐습니다. 올 한 해 많은 분이 소중한 현장 정보를 주셔서 신문이 정기적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발간일인 1월 4일(수) 아침 6-9시와 저녁 6-7시에 구로역에서 정기 모금을 진행합니다. 모금함을 들고 있겠습니다. 모금하실 분들은 소액이라도 현금을 준비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