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빼앗긴 건 되찾을 수 있지만…
이번 잠정합의가 통과되면 연 600억씩 평생 임금이 줄어든다. 성과급 160%, 승무수당, 업무지원수당 등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돼 해마다 시간외, 연차수당 등이 크게 삭감되기 때문이다. 물론, 기재부 지침을 깨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연 600억씩 평생 임금을 삭감하겠다는데 그냥 내줄 수 있나? 싸우다가 빼앗긴 건 되찾을 수 있지만 그냥 내준 건 되찾기 어렵다. 정부 지침 수용을 전제로 어느 직종을 더 희생시킬지에 주목하면, 단결은 깨지고 모든 직종이 다 크게 피해를 본다.
■ 공간 확충이 시급하다
최근 여성 기관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구로승무와 성북승무 조합원들 사이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금 비어 있는 건강관리실을 갱의실로 활용하기로 했다. 더 큰 오해가 쌓이는 것은 막았지만 근본 원인은 인원수에 비해 방이 너무 부족한 데 있다. 방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간을 조정하는 건 임시방편일 뿐이다.
■ 진급역전은 없어야 한다
조만간 진급이 이뤄질 것인데, 이때 역전이 일어나선 안 된다. 병가를 한 번 썼다고, 제동감도시험을 한 번 안 했다고 1년 후배한테 역전당하는 게 타당한가? ‘개미굴’에서 지내며, 타 사업소보다 더 힘들게 일하는데 진급까지 역전당해야 하나?
어떻게 심사가 이뤄지는지도 알 수 없다. 관리자 심기 거스르면 안 되나, 불만이 있어도 나서지 말아야 하나라고 위축시키려는 속셈일 뿐이다.
■ 예비인력 폐지
꾸준히 요구한 결과 예비인력을 폐지했다. 인력이 부족해서 연차가 반려되는데, 팀장들 좋자고 예비인력을 두는 것은 기관사들 입장에서 불합리했다. 그래서 중간에 예비 인력을 2명으로 줄이고, 이번 소내협의에서 아예 폐지한 것이다. 예비인력 폐지하고, 신입 기관사들이 이제 단독승무를 하기에 인력이 확보된 듯하지만 연말이면 13명이 퇴직한다. 인력, 연차 문제는 또 발생한다. 예비인력 폐지처럼 우리가 직접 요구하고 단결력이 있을 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 주박지에서 얼어붙는 기관사, 차장
겨울철 주박지 추위는 큰 문제다. 주박지 대부분이 벽이 얇고 웃풍이 불어 방을 따뜻하게 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난방을 미리 틀어놔야 잘 때 따뜻하지만 사업소에서는 나 몰라라 한다. 최근에 동인천 기관사 주박지에서는 온열 판넬이 타서 고장나는 일도 있었다. 며칠 동안 난방을 못 틀어 떨며 자야 했다. 난방을 미리 틀고, 꺼졌는지 확인하는 것 등 주박지 난방 관리는 사업소에서 책임지고 해야 한다. 겨울마다 기관사, 차장들은 얼어붙는다!
■ 혼자서 2인분을 할 수는 없다!
테크 청소노동자들이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연말까지 남아 있는 대체휴가를 다 써야 해서 휴가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대체휴가는 우리에게 주던 휴일수당을 뺏어간 대신 준 것이다. 그런데 대체휴가만 주고 대체인력은 제대로 주지 않았다! 안 그래도 인원이 부족했는데, 대체휴가로 인원이 더 빠지니 남은 사람들만 쌩고생이다. 혼자서 2인분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반면, 테크 사측은 우리에게 지급하던 휴일수당을 자기 주머니에 넣고 있다! 이렇게 인력 부족으로 쌩고생할 바엔 전처럼 휴일수당 받는 게 훨씬 낫다.
■ 파견법 위반하는 코레일
최근 코레일이 질서지킴이 노동자에게 노량진, 신도림, 구로 등 혼잡한 역의 승강장 안전 담당 업무를 지시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지옥철’ 문제에 대한 임시 대책이다. 노동자들이 근무할 역도 예측할 수 없게 배치해서 출퇴근도 힘들고 휴게공간도 마땅치 않다. 위탁계약에도 없는 일일 뿐더러 원청 관리자가 자회사 노동자에게 업무를 직접 지시하니 파견법 위반이다. 인력 충원은 안 하고 임시방편으로 자회사 노동자에게 안전 업무를 떠넘기는 원청이나 시키는 대로 하는 하청은 진정 ‘지옥철’ 안전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긴 한가?
■ 민주당, 믿지 말자
“민주당이 민주노총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뱉은 말이다. 화물연대 파업을 민주당이 지지하는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3년 민주당 노무현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강하게 탄압했고 2004년에 업무개시명령을 도입했다.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도입해 철도 등 공공부문 파업에 족쇄를 채운 것도 노무현 정부였다. 민주당이 지금 왜 노동자 편인 척할까? 정권을 다시 잡아 자신들이 노동자를 지배하고 싶기 때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