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운전] 첨벙첨벙
폭우가 지나면 구로 기지가 얼마나 시설이 노후한지 훤히 드러난다. 입출고 통로에서 십 수미터 정도 되는 구간에 다음 날까지 계속 물이 안 빠졌다. 여기는 하수구도 없고 물이 빠질 구석이 없는 듯하다. 발등까지 물이 차서 첨벙거리면서 갈 수밖에 없다. 야자매트 깔아준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그걸로는 택도 없다. 불편함을 견디다 못한 관제 노동자들이 징검다리까지 만들었다. 우리는 소금쟁이가 아니니까.
■ [운전] 매년 열리는 구로 흠뻑쇼
이번 여름도 구로사업소 5층은 물난리다. 지부 사무실, 휴게실, 갱의실, 탕비실 등 모두 물이 샌다. 천장 택스가 떨어져서 깨지기도 하고, 전등이 있어서 합선 위험도 있다. 계단에 물이 고이면 미끄러져서 다칠 위험도 있다. 매년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데 사업소는 해결할 생각이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물 새는 지붕 밑에서 일 하는 게 말이 되나? 멀리 가지 말고 구로에서 흠뻑쇼라도 즐기라는 건가?
■ [운전] 예비 인력을 줄여도
연차 사용이 여전히 힘들다. 그래서 예비 인력을 5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예비 인력을 줄여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여전히 미할당이 많기 때문이다. 8월만 해도 미할당이 300이 넘었다. 예비 인력을 아예 없애도 채울 수 없는 미할당 수다. 예비 인력 줄이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인력 부족이 근본적인 문제다.
■ [열차] 고장은 많고 사람은 적다
비가 쏟아지면 스크린도어(PSD) 고장이 많이 난다. 한꺼번에 2개가 고장 나기도 한다. PSD가 고장 나면 역에 연락하는데 역에 사람이 적어 바로 나오지 못한다. PSD를 담당하는 건축노동자도 적어, 고장 난 스크린도어들을 모두 빠르게 고치진 못하는 것 같다. 폭우가 쏟아지면 CCTV나 육안으로 승객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데, PSD 고장에 대처할 역‧건축 인력까지 부족하니 우리의 부담이 더 커진다.
■ [시설] 안전 대책인가 작업 방해인가?
2019년 10월 밀양역 사고 이후 안전대책으로 열차가 접근하면 알려주는 앱을 개발해 현장에 보급했다. 지방이나 수도권 일부의 한가한 구간에선 문제가 없으나 수도권 번잡 구간에선 앱을 켜면 10대 정도가 잡힌다. 2km대까지 잡히고 3복선 열차 운행 전체를 잡아내니 쉴 새 없이 울린다. 진동, 소리 기능만 있고 무음 기능은 없다. 위에선 이런 문제가 있어도 현장에 나가면 계속 켜두라 한다.
쉴 새 없이 울려 작업에 방해가 되니 구간별로 세밀하게 잡아낼 수 있을 때까지 수도권 번잡 구간에선 앱 사용을 강제하지 말라고 해도 국토부 안전대책이니 계속 가지고 가란다. 이게 무슨 안전대책이냐?
■ [역무] 괴로운 시간
지난 8일, 115년 만의 폭우로 개봉역에서 오류동역 구간의 선로가 침수돼 오후 9시쯤부터 상‧하행 운행이 모두 중단됐다. 우리는 갑작스런 지하철 운행 중단으로 귀갓길이 막막해진 승객들을 맞아야 했다. 이런 상황은 모두를 화나게 했다. 그리고 우리는 무방비로 승객들의 분노에 노출됐다. ‘미승차 확인증’이 역대 가장 많았던 만큼 감정노동의 고충도 가장 컸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보호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영문도 모른 채 최일선에서 항의의 표적이 돼야 했다. 이번 일은 감정노동자의 고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렇다면 대책은?
■ [네트웍스] 구일역 2번 출구는 헬게이트인가?
좁은 출구에 갑자기 2만여 명이 몰린다. 역사나 승강장은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찬다. 도보로 3분 거리의 고척 스카이돔에서 야구 경기나 콘서트가 있는 날이면 구일역 2번 출구는 헬게이트가 된다.
쉬는 직원까지 모두 출근시킨다. 그래도 10명 정도의 인원으로 좁고 구조도 괴상한 역사 내에서 고객에게 안내를 충분히 할 수 없다. 중선은 스크린도어도 없어서 안전이 걱정되지만 도저히 안내를 할 수가 없다. 부족한 인력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 철도 관제권 이관은 민영화 포석
국토부가 용역보고서를 통해 철도 관제권을 국가철도공단에 이관하겠다고 했다. “복수사업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란다. 관제권은 총체적인 열차 운행시스템 관장 권한인데, 이 권한을 코레일한테서 빼앗아야 경쟁회사들을 만들기 쉽다. 그렇다면 국토부는 SR 말고도 철도회사들을 더 늘리겠다는 것 아닌가? 이건 민영화다. 윤석열 정부는 왼쪽 깜빡이(민영화 안 한다)를 켜고, 오른쪽(민영화)으로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