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운전] 1년 치 곰팡이가 아닐지도
숙사 에어컨에서 퀘퀘한 냄새가 난다. 필터에 먼지도 많고, 안쪽에 곰팡이가 낀 것도 있다. 많이 찝찝하다. 하지만 사업소에서는 예산이 부족하다며 30대가 넘는 에어컨 중 3~4대만 청소해준다고 한다. 나머지는 냄새, 먼지, 곰팡이 그대로 써야 한다. 매년 이렇게 일부만 청소해준다. 청소가 몇 해째 안 된 에어컨들도 있을 수 있다. 사업소에서는 올해도 여름이 끝나 잠잠해지기만 기다리는 건가?
■ [운전] 입출고 통로도 불량
입출고 통로를 지나갈 때 보도블록이 오래돼서 움푹 패인 지점들이 있다. 밤에 컴컴할 때는 걷다가 넘어질까 봐 위태롭다. 시멘트 길들은 비온 뒤 물이 잘 안 빠져서 신발이 다 젖는다. 젖는 게 싫으면 돌아가야 한다. 장화라도 신고 다녀야 할 판이다. 승무원과 관제 직원을 포함해 수많은 노동자가 이용하는 길이다. 이런 불량을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 [운전] 우리가 야행성 동물이냐
5층 갱의실 여러 군데서 불이 안 들어온다. 박 근무일 때는 야간에 출근하면서, 일근일 때는 야간에 퇴근하면서 옷 갈아입고 가방도 챙겨야 하는데 너무 깜깜하다. 암흑세계에 들어온 것마냥 더듬거리면서 옷을 갈아입는다. 창 밖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조명에 의지하거나 휴대폰 불빛을 비추지만 그래도 불편하다. 승무원이 무슨 야행성 동물도 아니고!
■ [열차] 태양의 노예
요새 날씨가 너무 덥다. 노후 차량의 경우 에어컨 성능이 안 좋아, 최대로 틀어도 승객들한테 덥다고 민원이 계속 들어온다. 객실 냉방장치가 고장 나 승객들을 다른 열차에 탑승하게 해야 할 때도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폭염이 지속되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최첨단 기술력을 자랑하는 사회에서 인간이 이렇게 더위를 다스리지 못하고, 태양의 노예로 살아간다는 게 말이 되나?
■ [시설]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
2017년 6월 28일, 영등포-노량진 구간 선로에서 작업 중이던 영등포시설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당시 노량진역에 농성천막을 세우고, 작은 분향소도 차리는 등 사고의 재발을 막으려고 철도노동자들이 적극 움직였다. 그 결과 철도공사는 열차 운행 중에 철길에서 작업하는 ‘상례작업’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됐다. 지금 철도 시설노동자들은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리본을 달고, 상례작업 금지와 전면 차단작업 시행 등을 요구하며 코레일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간다.
■ [역무] 저들이 우리를 ‘평가’하는 이유
경평 E등급, 역 평가 D등급(구로).
정부와 사측의 평가는 현실과 맞지 않다. 코레일 적자 대부분은 정부의 공공서비스 의무금 미지급, 고속철 쪼개기 등 정부 정책에서 비롯됐다. 기재부가 통제하는 코레일에 기재부가 E등급 딱지를 붙인 건 코미디다. 한편 구로역은 완행‧급행‧특급이 다 다니고 승차홈도 9개라 업무 강도가 세다. 기재부의 인원 통제로 최소 인원으로 현장 돌리느라 초과근무도 불가피했다. 사측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형식적으로 역들을 줄 세운다.
애초에 정부와 사측에 타당한 평가를 기대할 순 없다. 저들은 인력과 임금을 줄여 더 많은 이윤을 뽑아내기 위한 ‘구실’이 필요했을 뿐이다.
■ [네트웍스] 선로도 꼬이고 업무도 꼬이고
구일역에선 3~4명의 자회사 역무원이 근무한다. 선로들이 꼬이는 곳 한가운데에 역사가 있고 1, 2번 출구가 멀리 떨어져 있는 사상 최악의 구조라서 각각의 출구 업무만 하기에도 버겁다. 그런데 평소에는 막아놓은 중선으로 열차가 빈번하게 들어온다. 그러면 안내 방송 먼저 하고 뛰어가서 최소 두 명이 중선의 통로를 열고 승강장 안내를 한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1번 출구의 휠체어 리프트도 담당하고 이례 상황 대처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선로는 꼬였어도 업무는 꼬이지 않게 인력을 충원하라.
■ 우리의 뼈를 깎지 마라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뼈를 깎아야 한다”고 했다. 경상경비와 업무추진비 10% 이상 삭감, 정원 감축, 임직원 보수 동결 등 가관이다. 국토부는 시설안전‧전기안전단 등 유지보수 업무를 국가철도공단에 자회사 형태로 넘기고, 철도 관제를 회수하며, 차량 정비의 상당부분을 현대로템에 맡기려 한다.
지금도 철도 곳곳에 인력이 부족한데 무슨 감원이냐? 물가가 폭등하는데 임금을 동결한다고? 철도를 더 찢으면 사고 위험은 더 커진다. 우리의 뼈를 깎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