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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불타는 세계 속 정치판의 서커스


  • 2026-04-04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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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프랑스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3월 21일, 파리에서 한 행인이 선거 포스터 앞을 지나가는 모습.(사진 출처_AFP)

 

기권율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지방선거 1차 투표 결과는 정치권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우선 많은 대도시에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정당이 이번 선거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세력 과시의 기회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누가 더 강하고 누가 더 그럴듯한지 다투는 이 정치판의 소란은 노동자들의 이해관계와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그야말로 하찮기 짝이 없다.


앞으로 몇 달 안에, 누가 도시와 나라를 이끌든 상관없이, 노동자 민중의 삶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단지 대기업 자본가들이 임금을 계속 억누르고 착취를 강화할 것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군사비 예산이 늘어나는 만큼, 학교에는 교사가 줄고, 병원에는 병상이 줄며, 서민 주택 건설은 줄고,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모든 공공 서비스 예산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중동에서 새로 터뜨린 전쟁은 세계를 전면전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석유와 가스 가격을 다시 끌어올리고 간접적으로는 모든 상품 가격을 올려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렇듯, 국가는 자본가들을 구하러 달려갈 것이다. 그 청구서는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그 청구서의 일부를 이미 주유소에서 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토탈, 뱅시, 다쏘의 이익을 위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레바논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또 다른 어딘가에서 전쟁터에 내몰려 죽을 위험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파와 극우 정당들, 그리고 제도권 좌파 정당들 모두 자본주의 체제의 파국적인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할 것이다. 이들 모두 노동자를 착취하는 대기업 자본의 정책 뒤에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미 제국주의와, 그 제국주의가 이란을 공격하며 돌리기 시작한 전쟁의 톱니바퀴를 규탄하지만, 그들 모두는 프랑스 제국주의의 이익을 지킨다는 점에서 마크롱과 한편이다.


이 모든 정당은 군사비 증액에 찬성했다. 모두 중동에 항공모함 샤를-드-골을 파견하는 데 동의했다. 그들은 모두 합참의장 뒤에 일렬로 늘어설 것이다. 그 합참의장은 최근 전국 시장(市長) 대회에서 민중에게 "자녀를 잃는 것을 감수하라"고, "경제적 고통을 견뎌내라"고 요구한 바 있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나설 수 있겠는가?


자본주의 사회의 틀 안에서 노동자와 억압받는 민중에게 밝은 미래란 없다. 탐욕스럽고 살인적인 거대 자본의 독재에 맞서 싸우고 그것을 끝장내려면, 공산주의적이고 혁명적이며 국제주의적인 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당은 피착취 대중이 운동과 투쟁, 총파업을 통해 정치 무대에 직접 뛰어들 때 비로소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당장 그 일을 시작해야 한다. 자기 계급이 자본가 계급의 지배를 대체할 대안이라는 점을 자각한 노동자들부터 하나로 모아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 LO(노동자 투쟁)가 힘쓰는 일이며, 바로 그렇기에 243개 코뮌[프랑스의 기초 행정단위]에서 후보자 11,000명이 동참한 'LO — 노동자 진영' 명부가 출마한 것이다. 이 명부들은 총 79,440표, 평균 1.29%를 얻었다. 24명이 당선했는데, 그중에는 자동차 공장 노동자, 버스 기사, SNCF(프랑스 철도공사) 노동자, 교사들, 건물 경비원, 재봉사도 있었다.


이 결과는 매우 소박하다. 그러나 우리 후보단 명부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점점 더 불평등하고 반동적이며 전쟁으로 치닫는 자본주의 체제를 관리하려고 다투는 기성 정당 대표들을 거부한다는 것을.


그 명부들은 자신들이 어느 진영에 서 있으며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는지를 뚜렷이 드러냈다. 그 전망이란 노동자 계급이 내부 분열을 극복하고 집단적인 토대 위에서 사회를 다시 세우기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명부들은 새로운 제국주의 세계 전쟁에서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우리 명부들은 착취와 불의와 야만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든 이에게 힘이 되고 함께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된다.


노동자들의 계급적 이익을 대변하고 이 지구의 모든 피착취 대중의 해방을 목표로 삼는 정당을 부활시키는 것, 그것이 유일한 출구이자 진정으로 자신감을 되찾는 방법이다. 국제적 차원에서 노동자들은 거대한 힘을 갖고 있다. 오늘날 노동자들은 이 힘을 자각하고 있지 않지만, 조직되고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꿀 정치를 갖춘다면 그 힘은 거침없이 나아갈 것이다!


출처: 프랑스 혁명적 노동자 조직 LO 현장신문 1면 사설, 2026년 3월 18일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 서울 76호, 2026년 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