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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기후: 자본가들이 우리를 불구덩이로 떠밀고 있다


  • 2025-12-05
  • 5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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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인 COP30은 기후 재앙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COP30은 11월 10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고, 탈화석연료와 관련한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폐막했다. 또한,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인 미국은 불참했다(옮긴이).] 프랑스와 전 세계에서 전쟁과 깊은 절망, 갈수록 빈곤이 심해지는 와중에도 기후 재앙은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이나 착취, 빈곤을 끝장내는 일을 국가 원수들에게 기대해서는 안 되듯이, 그들에게 지구온난화 대응을 맡기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자살행위’라는 표현이 딱 맞다. 지구온난화는 결국 인류에게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구와 바다, 대기의 온도 상승은 되돌릴 수 없는 연쇄적인 결과를 불러와, 지구를 말 그대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폭우, 홍수, 폭염, 파괴적인 화재, 가뭄, 금이 간 집들, 위협받는 농작물들…. 우리는 이미 이 온난화로 고통받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그곳에서 지구온난화는 곧 굶주림과 수백만 남녀의 강제 이주를 의미한다.


지구온난화에 맞서는 일은, 책임감 있고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지닌 지도자라면 누구나 당연하게 해야할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자본주의 사회의 지도자들은 주주들과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책임을 질 뿐이다.


첫 번째 COP가 열린 이후 30년이 흘렀다.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에 대해 경고하고,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한 지 30년이다. 30년 동안 각국 정부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고 말만 해 왔다. 그리고 3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은 해마다 늘어났다. 그 결과 원래 2100년쯤에나 도달할 것으로 예상됐던 1.5℃ 온도 상승에 우리는 벌써 거의 다다르고 있다!


그들의 온난화 대응이라는 것은 실패작이다. 그리고 이게 놀라운 일인가? 식량, 식수, 주거, 교육 같은 가장 기초적인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아닌가.


이런 무능함의 이유는 같다. 자본가 계급의 목표는 대중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있지 않다. 그들의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든 팔아서 이윤을 내는 것이다. 침몰하는 동안에도 연주를 멈추지 않았던 타이타닉호의 오케스트라처럼, 자본가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신의 사업을 계속한다.


트럼프는 미국산 석유를 치켜세우기 위해 “파라, 파라, 파라”라는 슬로건으로 선거운동을 벌였고, 이제는 해저를 뚫어 자원을 캐내겠다고 한다. 혼자서도 에너지 전환을 이끌 만한 재력을 가진 머스크는 이런 건 안중에도 없다. 그는 인간형 로봇을 쏟아내서 세상을 바꾸겠다고 한다. 어쨌든 로봇들은 숨쉬기 힘들어하지는 않을 테니까!


정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내세우며 기후 문제에 대한 무대응을 가리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각종 보조금을 퍼부어, 자본가들이 풍력 발전기와 태양광 패널 설치에 관심을 갖도록 부추겨 왔다. 그러나 공적 자금에는 한계가 있고, 이런 투자 속도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겨우 따라가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 결과, 석유와 가스 소비는 계속 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급증한 중국에서도, 석탄 소비는 여전히 더 많다.


오늘날 자본가 계급과 그 정치인들은 더 이상 움직이는 척조차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지구온난화를 “사기”라고 부르고, 초거대 기업들은 더 이상 친환경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돈만 벌 수 있다면, 얼마든지 오염시키고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들어도 된다는 것이다! 아르셀로미탈[세계 최대 철강 회사]은 이미 덩케르크에서 탈탄소 철강에 투자하지 않기로 했으며, 그것이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대놓고 밝히고 있다.


모든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무역전쟁, 경쟁력, 재무장이다. 이제 유행은 전기 배터리가 아니라 전차, 미사일, 드론이다. 트럼프는 심지어 핵폭탄 실험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이 구상을 푸틴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자본가들과 그 정치 하수인들이 국제적으로 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시장 점유율, 자원과 이윤 쟁탈, 그리고 경쟁자들을 군사력으로 위협하는 것만이 중요한, 파멸을 향한 질주 속에서다.


사회의 원동력이 사적 축적과 이윤 추구인 한, 그리고 국제적 연대가 아니라 경쟁과 국경이 세상을 지배하는 한, 인류는 착취와 전쟁, 그리고 기후 위기의 감옥에 계속 갇혀 있을 것이다. 사회에 미래를 열어 주기 위해서는, 자본가 계급과 완전히 미친 그들의 체제를 철폐해야 한다.


출처: 프랑스 혁명적 노동자 조직 LO의 2025년 11월 12일자 현장신문 사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72호, 2025년 11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