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4년 12월 8-14일 주간에 나온 미국 스파크 그룹 현장신문들의 1면에 실린 사설이다.}
12월 4일 수요일 새벽, 유나이티드헬스케어[UnitedHealthcare, 미국 최대 의료보험사]의 CEO 브라이언 톰슨이 맨해튼 힐튼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걸어가던 중, 정체불명의 괴한이 쏜 총에 등을 맞고 사망했다.
범행 동기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거부(Deny)", "방어(Defend)", "퇴출(Depose)"이라는 단어가 적힌 탄피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 사건에 대한 추측과 반응이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이 단어들은 의료보험 업계가 수익을 높이기 위해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제한하는 관행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되는 "지연(Delay), 거부(Deny), 방어(Defend)"라는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그 이후로 유나이티드헬스케어 고객들과 의료 전문가들의 증언이 소셜미디어에 폭발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의료비를 갚기 위해 집을 잃거나 큰 빚을 떠안은 사람들, 치료가 거부되거나 지연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보험 회사의 "사전 승인"을 기다려야만 했던 의사들까지, 정치적 성향이나 배경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례가 공유됐다.
어쨌든 대선은 끝났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더불어, 사건에 대한 보다 거친 반응도 등장했다. 일부는 이 살인에 기쁨과 만족을 표했다. 심지어 범인을 영웅시하기도 했다. 컬럼비아 사회복지학과의 한 강사는 X[옛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오늘 우리는 유나이티드헬스케어 CEO 브라이언 톰슨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 아, 잠시만요. 오늘 우리는 브라이언 톰슨 같은 보험 회사 임원들이 억만장자가 되기 위해 매년 6만 8천 명의 미국인이 불필요하게 사망하는 것을 애도합니다.”
이번 살인은 분명히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렸다. 이런 반응을 보면, 정말 수많은 사람이 의료보험 회사와 전체 의료 산업에 대해 비슷한 불만을 공유하고 있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는 지난해에만 2,810억 달러[약 415조 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회사는 접수된 보험 청구의 3분의 1가량을 거부했다. 더욱이 고객의 청구를 즉각 검토하고 거부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과정에 인간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도대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냉혹한가! 이의 제기를 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에 의료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가 이런 악행을 저지르는 유일한 대형 보험회사는 아니다. 이는 단지 가장 큰 규모와 심각한 사례일 뿐이다. 게다가 문제는 보험회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병원 체인, 의료기기 제조사, 제약회사 등 모든 분야에서 철저히 수익 창출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들을 그토록 고통스럽게 했던 시스템의 상징인 최고 경영자가 총에 맞아 죽자 이 시스템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이런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이는 의료 산업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상처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이 살인이 의료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바꿔놓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의 폭력 행위는 광범위한 사회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톰슨의 자리는 다른 CEO로 채워질 뿐이다. 유나이티드헬스케어와 다른 CEO들은 보안을 강화하겠지만, 많은 사람을 분노하게 만드는 수익 창출 방식에는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다. 사실, 수백만 달러를 버는 CEO 뒤에는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주주, 은행, 월가가 있다.
노동자 계급에게 변화란 집단행동으로만 이루어진다. 우리는 이 체제를 바꾸고, 우리의 생명을 담보로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들로부터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사람들의 분노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를 위한 체제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의 집단적 힘을 조직하고 사용하기 위해 나설 수 있다.
출처: 미국 혁명적 노동자 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4년 12월 8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