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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관세 전쟁 –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 2025-06-26
  • 1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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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트럼프가 벌인 관세전쟁은 노동자를 위한 전쟁이 아니다.(출처_뉴욕타임즈)


트럼프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시작했다. 미국 경제와 여론에 미친 충격이 생각보다 커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이 전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벌인 건 ‘미치광이’라서가 아니다. 장기 불황과 제한된 세계 시장, 경쟁국들의 성장으로 미국의 지배력이 위협받자 이를 다시 공고히 하려는 시도다. 그는 여전히 미국 자본주의가 경제‧군사적으로 세계 최강이기에 세계(주로 중국)를 상대로 벌이는 무역전쟁에서 얼마나 손해를 입든 결국에는 미국의 세계 지배력이 강화될 거라고 믿는다. 이는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 자체가 사회 발전에 걸림돌이라는 걸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인류가 힘들게 쌓아 올린 세계적 차원의 생산력이 극소수 자본가의 경쟁 때문에 파괴되고 있기 때문이다.


허풍과 달리 트럼프는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는 게 아니다. 미국 자본가들을 위해 미국 노동자들을 이용할 뿐이다. 이 경제전쟁에서 미국 거대 자본가들은 더 부자가 되겠지만, 미국 노동자들은 더 가난해질 것이다. 일부 노동자는 경기 침체로 일자리를 잃을 것이며, 다른 노동자들은 줄어든 월급으로 더 비싸진 생필품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노동자들도 임금과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조치로 현대차, 한국GM 등 미국 수출 비중이 큰 기업들이 꽤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자본가들은 그 타격을 자기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만회하려 할 것이다. 가령, 현대차그룹은 미국 정부에 아부하기 위해 미국에 31조에 달하는 신규 투자를 발표했지만 현대제철 노동자들에겐 줄 돈이 없다며 직장폐쇄와 희망퇴직으로 임금인상 요구를 억누르려 한다. 글로벌GM(GM본사)은 한국GM 철수설을 퍼뜨리며 노동자들에게 더 높은 노동강도와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국 정부는 한국 산업을 보호하려면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인력충원 등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협박할 것이다. 고물가로 노동자들은 더 가난해진 반면,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주식 배당으로 1,700억이나 받고 글로벌GM은 지난 5년간 한국GM으로부터 1.6조가 넘는 로열티(기술사용료)를 가져가는 등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과 진보당이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맞서 국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는 노동자들에게 자본가와 협력하기 위해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 전쟁은 각국 자본가가 거대한 이윤을 지키기 위해 세계 노동자들과 전체 사회를 희생시키는 무책임한 전쟁이란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5호, 2025년 4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