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독일 총선: 극우의 부상


  • 2025-06-26
  • 199 회

4.jpg


※ 사진 설명: 2월 23일, 독일의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공동대표인 앨리스 바이델과 티노 크루팔라 등 당 관계자들이 베를린에 있는 본부에서 연방의회 선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사진 출처_연합뉴스)

 

{다음은 프랑스 트로츠키주의 그룹 LO(Lutte Ouvrière, 노동자투쟁)의 주간 신문 2952호(2025년 2월 28일자)에 실린 기사를 옮긴 것이다.}


28.6%의 득표율로, 강경 우파 성향의 백만장자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이끄는 기독교민주연합(CDU)/기독교사회연합(CSU) 블록이 독일 총선에서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이 득표율은 CDU/CSU 블록의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이지만, 그 블록이 다음 연립정부를 주도할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무엇보다도 독일 사회민주당(SPD)-녹색당-자유민주당(FDP) 연립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생활 수준이 급격히 하락하는 가운데, 이 정부는 대중의 광범위한 반감을 샀다. 올라프 숄츠 전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SPD)은 16.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사상 최저 득표율로 추락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극우의 급속한 부상이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전국적으로 2위를 차지했다. AfD는 불과 3년 만에 지지율을 두 배로 늘려 20.8%를 기록했다. 투표율은 이전보다 6% 증가하며 매우 높은 수준이었으며, 새롭게 투표한 유권자 중 상당수가 AfD 후보자에게 표를 던졌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급부상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 정당은 더욱 극우적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 서독 지역보다 구 동독 지역에서 AfD의 지지가 더욱 강력하다. 구 동독에서는 약 3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베를린과 같은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승리했다.


이런 극우 정당의 부상 배경에는 사회민주당-녹색당 정부의 정책에 대한 분노가 있다. 유권자들은 이들을 지난 3년간 경제 침체의 책임자로 간주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독일 경제는 급격히 악화됐다. 2024년 가을, 자동차, 화학, 철강 기업들에서 대규모 해고 발표가 총알처럼 빠르게 퍼졌다. 기업들이 잇따라 폐업하고 하청업체들도 일자리를 줄였다. 빈곤이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대중의 비탄도 커지고 있다.


선거운동 기간에, 정부를 구성하는 모든 정당은 앞다투어 반이민 정책을 내세웠다. 이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표를 빼앗기 위한 시도이기도 했고, 동시에 대중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연이은 폭력 사건이 반이민 정서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들은 주저 없이 범죄와 이민을 연관시켰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AfD 지도자인 알리스 바이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선거에 개입했다. 미국 부통령 J.D. 밴스와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도 AfD 지지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나 정치적 스펙트럼의 반대편에서는 이른바 ‘급진 좌파’ 정당인 좌파당(Die Linke)이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 당의 지지율은 5% 미만에서 8.8%로 상승했다. 특히, 좌파당의 중진 정치인이었던 자라 바겐크네히트가 2024년 자신의 파벌을 분리해 ‘자라 바겐크네히트 연합’(BSW)을 창당하면서, 좌파당이 다음 선거까지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예측이 많았기에 이 결과는 더욱 주목할 만하다. 바겐크네히트가 창당한 BSW는 “이민이 독일 노동자들에게 해를 준다”고 주장하며, 반이민 성향의 ‘좌파’를 자처하고, 좌파당이 이민자들을 수용하는 것을 비판했다. BSW는 4.97%를 얻어 연방의회 진출 문턱까지 갔으나 결국 진출하지는 못했다. 반면, 좌파당의 약 9% 득표는 수백만 유권자, 특히 젊은 유권자의 4분의 1이 긴축, 군사화, 이민자 탄압 정책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지난 1월, 메르츠는 이민 제한 및 가족 재결합 제한 법안 통과를 위해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의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는 의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법안은 부결됐다. 그 법안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독일 전역에서 일어났다.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극우의 위협에 반대하며, 메르츠가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시위만으로는 상황을 바꿀 수 없으며, 극우 세력을 저지할 수도 없다. 이번 선거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이 계속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의 ‘홈그라운드’인 경제 영역에서 싸움을 벌이고, 파업과 전체 노동자 계급 운동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출처: 미국 혁명적 노동자 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5년 3월 3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