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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트럼프는 전쟁과 빈곤화를 “명령한다.”


  • 2025-03-06
  • 35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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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트럼프 정부의 대량해고에 항의하는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 노동자들


24개, 트럼프가 취임 첫날 발행한 ‘행정명령’의 개수다. 이는 다음 날까지 26개로 늘어났다. 이 ‘명령’에 서명하는 과정은 TV 쇼처럼 연출됐다. 하지만 그 모든 화려한 연출 뒤에는 치명적인 현실이 숨겨져 있었다. 트럼프의 ‘명령’은 미래 자본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 것인지를 설계한다. 더 많은 전쟁, 더 많은 자본가 계급의 부 축적이 있을 것이고, 트럼프가 선거운동 중 “잊힌 노동자 계급 남녀”라 불렀던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고통이 있을 것이다.


이 26개의 ‘명령’ 중 몇은 ‘국가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취임식에서 그를 둘러쌌던 억만장자들—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같은 과두(寡頭) 자본가들, 그리고 “테크 보이즈(Tech Boyz)”—마크 저커버그, 순다 피차이, 팀 쿡, 저우서쯔(틱톡 CEO)—뿐만 아니라 석유 재벌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이 모든 부자들에게 둘러싸여, 트럼프는 선거운동 중 자신이 호소했던 “잊힌 남녀”를 잊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어떤 행정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해고를 막는 어떤 조치도 없었다. 생존을 위해 두세 개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 시대에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조치도 없었다. 


트럼프는 포퓰리즘 화법을 취했지만, 결국 선거 전 약속과 달리 당선 후에는 다른 모든 부르주아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자본가 계급을 위해 일했다. 바이든, 해리스, 오바마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들과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트럼프는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전쟁이 확산되는 시기에 자본가 계급이 필요로 하는 독재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트럼프의 ‘명령’ 중 다수는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어,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규제를 대거 철폐했다. 


이 행정명령 중 약 3분의 1은 대중을 위한 공공 예산을 줄이는 내용이다.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이나 메디케어(Medicare) 같은 복지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연방 공무원의 수를 줄이는 명령도 포함돼 있다. 


이런 복지 예산 삭감으로 생긴 자금은, 트럼프가 억만장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을 시행하는 데 사용될 것이다. 또한 기업 보조금을 늘리는 데도 사용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 로켓 개발에도 국민의 세금이 쓰일 것이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군사비 지출 증가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 예산은 이미 전 세계 다음 13개 군사 강국의 군비 총합보다 많은데도 말이다. 그는 취임 첫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지만, 이 약속도 잊혔다. 해외에 파병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공약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는 지도를 다시 그리려 했다. 멕시코만(Gulf of Mexico)은 이제 “미국만(Gulf of America)”이 됐고, 알래스카의 ‘데날리산(Mount Denali)’은 다시 ‘맥킨리산(Mount McKinley)’으로 바뀌었다. 트럼프는 이런 명칭 변경이 미국을 ‘위대했던 시절’로 되돌리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가 말한 ‘위대한 시절’이란, 바로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 시대[1897-1901]였다.


맥킨리 시대의 미국은 ‘강도 귀족(robber barons)’이라 불리는 산업 자본가들이 노동자의 피와 땀을 착취하며 엄청난 부를 쌓았던 시기였다. 8살짜리 어린이조차 공장에서 혹사당했던 시대였다. 또한, 당시는 미국이 제국주의 무대에 발을 들여놓으며 한 세기가 넘는 전쟁을 준비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 시절 미국은 쿠바와 필리핀을 정복하고,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를 지배하기 위한 거점으로 삼았다. 


그 당시 맥킨리 정부는 노동자 계급 내부를 분열시키려고 했다. 인종, 민족, 성별, 연령 등을 기준으로 노동자들을 갈라놓고 서로 대립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트럼프가 행정명령을 통해 꿈꾸는 미래다. 그의 26개 행정명령은 더 혹독한 계급전쟁이 다가오고 있으며, 세계 제국주의의 중심 국가인 미국이 새로운 세계대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경고였다.


노동자 계급은 과거로 회귀할 필요가 없다. 노동자들은 스스로 단결하고 투쟁해 독재자도, 자본가도 없는 매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출처: 미국 혁명적 노동자 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5년 2월 3일

노동자투쟁(서울)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