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와 사회를 지켜야 한다

이 바이러스들로부터 그리고 이 기생충들로부터도!

 

[영국] 정부는 3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대응방안’을 발표하면서 짐짓 매우 진지한 척했다. 전염병에 늑장대응한 뒤, 정부는 이제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줄 작정이었다! 그래서 흔히 그렇듯 장관들이 나와서 큰 실수를 범하고 허풍을 떨게 내버려두는 대신, 최고 의료전문가들이 나와서 정부의 ‘대응방안’을 설명하도록 했다.

 

하지만 진지한 척한 이런 쇼는 금방 들통났다. 기자가 총리 관저를 방문하는 사람들과 여전히 악수하느냐고 물었을 때, 총리는 더 이상 멋진 사람인 척할 수 없었다. 물론 그는 여전히 많은 사람과 악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환자들이나 코로나19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 직원들과는 결코 악수하지 않았다.

 

국민의료보험에 중대한 순간

 

하지만 이런 ‘대응방안’을 공식화하기 위해 어떤 생색내기를 하든, 어떤 화려한 말이나 전문용어를 동원하든, 국민의료보험(NHS, 세금으로 운영되는 영국의 공공의료 서비스)의 끔찍한 현 상태로는 코로나19 전염병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점은 감출 수 없다. 무너지고 있고, 재정과 일손과 자원이 부족한 국민의료보험이 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추가 부담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훌륭한 국민의료보험(NHS)”, “기막힌 일을 해내고 있다”라고 정치인들이 흔히 내뱉는 위선적 언사도 병상,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들이 부족한 현실을 가릴 순 없다. 영국 집중치료실은 4,000개로, 비슷한 수준의 OECD국가들보다 적다. 코로나19에 영국민 1%만(즉 70만 명) 감염된다고 해도, 약 35,000개의 집중치료실이 필요하다. 이것은 현재 병상보다 9배는 더 많은 수치다.

 

이 측면에서, 전문가들이 후원하는 정부 대응방안은 전혀 답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존슨 총리는 “우리는 잘 준비돼 있다. 정부와 국민의료보험이 이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어제 떠벌렸다.

 

정부 대응방안은 증상이 심각한 경우 어디서 다룰지를 말하지 않았다. 덜 심각한 경우는 분명히 집에 머무르게 하면서 공중보건간호사들이 돌보면 될 것이다. 하지만 수년 동안 예산을 삭감했기에, 공중보건간호사들이 없다. 그들을 어디서 오게 할 것인가?

 

그리고 국민의료보험의 준비가 부족해 EU(유럽연합)의 지원이 절실한데도, 존슨 정부의 브렉시트 협상가들은 “전염병 조기경보와 대응을 위한 EU체계”에서 영국이 나오게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자체가 보여주듯, 우리는 우리의 집단적인 국제주의적 대응을 통해서만 코로나19처럼 오늘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는 ‘지구촌’ 사회에 살고 있다. 하지만 존슨 일당은 블리츠 정신[2차 대전 당시 수만 명의 사망자를 낸 독일 나치의 대공습에도 공포와 좌절을 이겨 내게 만들었다는 영국 특유의 집단의식]과 민족주의적 마약으로 우리를 취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

 

우리는 “굶거나 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명백한 실패 말고도, 존슨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방안에는 문제가 많다. 아플 수 있고 ‘자가 격리’하라는 지시를 받을 수 있는 많은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 우리들 중에서 임시직 노동자, 하청업체 노동자, 단기계약직 노동자의 대부분이 아주 보잘것없는, 주당 94.25파운드[약 14만 6천 원]의 ‘법정 유급 병가수당’조차 받지 못한다. 4백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그런데 존슨 정부가 아파서 일을 쉬어야 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임금 전체를 보장하기 위해 자본가계급한테 자신들의 막대한 이윤을 풀라고 명령하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사실 그는 주머니에 한 푼도 없는 사람은 유니버설 크레딧에 지원하라고 제안했다.[유니버설 크레딧은 ‘통합복지시스템’인데, 여러 개의 복지시스템을 하나의 체계로 단순화하면서 복지혜택을 크게 줄였다]

 

이것은 이 체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 체제가 다수의 필요를 얼마나 충족할 수 없는지도 잘 드러내준다. 왜냐면 이 체제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걸 소유하고 있는 한 줌 자본가 기생충들의 이해에 철저히 복무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들을 보라. 그들이 지금 이런 바이러스 때문에 수천 명의 노동자가 희생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산이 타격을 입을까 봐, 자신들의 이윤이 줄어들까 봐, 자신들의 주가가 떨어질까 봐 우려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그들의 종복인 존슨 총리 일당은 자신들의 주인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위험천만한 무책임과 무능으로 우리들을 더 큰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내버려두면 안 된다. 자본가 기생충들과 그들의 어리석은 정치 하인들을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된다.

 

영국 혁명적노동자조직 ‘워커스 파이트’(Workers’ Fight) 현장신문 1면, 2020년 3월 4일

<노동자투쟁> 온라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