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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계급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
- 칼 마르크스
국제
 

대규모 추방 정책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 2025-07-24
  • 1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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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추악한 강제추방 정책은 하나의 경제적, 사회적 사실에 부닥쳤다. 바로 주요 산업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 상당수는 수십 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지난 몇 달간 반복적으로 입증됐다.


플로리다 탈라하시의 220세대 규모의 학생 주택 건설 현장에서는 연방 요원들이 들이닥쳐 콘크리트 기초 공사를 진행 중이던 175명의 노동자 중 100명을 체포했다. 작업 중인 노동자가 체포되는 바람에 콘크리트 공사 상당 부분에 하자가 발생했고, 결국 공사를 다시 해야 했다.


지난 6월 초, 연방 요원들은 캘리포니아의 대규모 농업 지대 전역에서 단속을 진행했다. 이 단속 때문에 전국의 채소, 포도는 물론 복숭아, 딸기 등 민감 작물들이 수확되는 시기에 혼란이 발생했다. 농장주들은 단속 이후 노동자 30~60%가 농장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이들이 없으면 식량 수확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해 식량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시기 네브라스카 오마하에 있는 육류 가공 공장 글렌 밸리 푸즈에도 연방 요원들이 급습해 생산 라인 노동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75명을 체포했다. 글렌 밸리 푸즈는 물론 다른 육가공업체들의 생산 공정도 중단됐다. 급습 소식이 빠르게 퍼지자 다른 업체의 노동자들도 추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일터를 떠난 것이다. 글렌 밸리 푸즈 경영진은 "이주노동자 없이는 우리 산업은 존재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미등록이주민은 미국 경제 전반의 운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미국 노동력 중 약 4.4%만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 산업에서는 비중이 훨씬 높다. 미국 농림부는 미국 내 농업 노동자 중 40% 이상이 법적으로 체류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추산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조경 노동자 중 19%, 육가공 노동자 중 16%, 건설 노동자 중 13%가 미등록이주민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 고용주들이 선의로 미등록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법적 지위를 악용해 적은 임금을 주고 더 오래, 더 힘들게 일하도록 강요한다.


단속이 시작돼 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자, 트럼프의 주요 후원자이자 지지자였던 경제단체들과 기업 경영진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자신들은 추가 단속에서 제외해달라고 압력을 넣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말을 뒤집기 시작했다. 처음에 트럼프는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메시지를 올렸는데, 이는 자신이 정치 경력 내내 악마화해온 이민자들에게 거의 우호적으로 보일 정도였다. 그는 농업과 서비스업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오랫동안 일해온 매우 훌륭한 노동자"라 칭하며, 다시 일터로 돌아오도록 이들을 유인하려 했다.


이후 트럼프는 신속히 입장을 번복해, 현장 단속을 계속할 것이라고 확언했다. 이는 물가 폭등과 사회 보장 삭감, 공공부문의 해고에 직면한 노동자들을 위협하고 길들이기 위한 조치였다. 이는 대기업과 부유층에 세금을 대폭 감면해 주고, 각종 지원을 해주기 위한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이주노동자 단속 자체가 예산을 확보해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주 노동자 단속을 통해 노동자 계급 전체를 위축시켜 임금을 낮게 유지하고, 동시에 ‘긴축 정책’을 정당화해 기업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감면해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옮긴이).]


그러나 이런 공격은 트럼프 자신은 물론 그가 대표하는 자본가 계급에게도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현장을 떠나 그들의 노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줬기 때문이다. 또한 이주노동자들이 중요한 경제적 역할을 한다는 점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투쟁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사실도 입증했기 때문이다.


출처: 미국 혁명적 노동자 조직 스파크의 신문, 2025년 6월 23일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7호, 2025년 6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