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미국이 이란을 폭격하는 등 국제 정세가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다. 여러 전문가는 오늘날 양극화된 군사 동맹 체제가 1차 대전 전야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한반도와 대만 등 대치 상태가 지속되며, 폭발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는 동아시아 지역이 1차 대전을 발발시킨 발칸반도를 연상시킨다고도 한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미중 사이에서 분명히 선택할 것을 강요하면서도, 동시에 주한미군의 괌 이전을 이야기하며 공포심을 야기해 방위비 인상을 노리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1957년에 배치된 주한미군은 분단 직후 북한의 침공에 대비한 한반도 방어 등을 근거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전면적인 남침 가능성이 사실상 없어진 오늘날 주한미군의 진짜 목적은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 있다. 실제로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 3월 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은 더 이상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한 것이 아니다"고 얘기했다.
트럼프 정부는 콜비 차관을 필두로 '주한미군의 한반도 외 지역 투입'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대만 유사시에도 주한미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시진핑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준비를 끝내라고 지시했다"고 미국 고위 관료들이 거듭 밝힌 가운데, 미국은 한반도를 전초기지화해 중국을 견제하며, 앞으로 벌어질지 모를 미중 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어느 강대국에 붙어야 전쟁에서 승리할지 저울질하는 지배계급의 입장이 아니라, 패권 경쟁에 반대하고 더 나아가 전쟁을 불러일으키는 자본주의 체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노동계급의 입장에 일관되게 서야 한다. 미 제국주의의 패권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국 편을 드는 것도, 허울뿐인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미국 편을 드는 것도 답이 될 수 없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감축을 인질로 방위비 인상을 노릴 때, 혁명적 사회주의자는 오히려 주한미군의 계급적 실체를 폭로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을 비롯해 세계 모든 나라의 노동자와 연대해, 자국과 타국의 모든 지배계급에 맞서야 한다.
월간 정치신문 <노동자투쟁(서울)> 67호, 2025년 6월 26일